“학벌 열능감 오지네” 싸구려 후드티에 로고 하나 박고 100억 벌었습니다.
예전에 필름 카메라 좀 찍어보셨다 하는 분들은 노란 바탕에 빨간색 ‘코닥’ 로고가 찍힌 후드 티를 보고 흠칫 놀라실 수 있는데요. 대번에 필름 포장지가 선명하게 떠오르죠.

최근엔 CNN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쓴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자주 마주치기도 하는데요. 여러분들이 떠올리는 외국 뉴스 채널 그 ‘CNN’이 맞습니다.
CNN이 언제 자국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패션 사업을 시작했나 의아하기까지 한데요.
충격적인 사실은 ‘코닥’ ‘CNN’ 로고를 박은 해당 제품들 모두 우리나라 패션 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이라는 것이죠.

요즘 패션 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K-라이선스’ 제품들인데요. 과거 유명했던 브랜드를 라이선스 해 제품을 생산·유통하며 소비자들에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죠.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MLB,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대중화된 패션 브랜드도 모두 해외 스포츠 리그나 유명 미디어 콘텐츠 기업의 라이선스를 국내 패션 기업이 사들인 경우입니다.
그 가운데 지난해 패션 스타트업이 만든 후드티가 1020세대에게 불티나게 팔리며 론칭 1년 만에 100억 원의 연 매출을 달성했는데요.

패션 스타트업 위즈코퍼레이션이 제작한 ‘예일대’ 후드티이죠.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 중 하나인 예일대학교의 이름을 단 브랜드인데요.
2020년 20억 원에 그쳤던 매출이 5배 이상 증가하며 지난해 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합니다.
익숙한 예일대 로고와 스트리트 패션이 만나 10~2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무신사 브랜드 랭킹 5위 안에 들 만큼 꾸준한 인기를 얻었는데요.

지난해 여름 일회성으로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선 3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찍기도 했죠.
예일은 이미 2001년 국내 패션 대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해외 유학 열풍과 맞물려 예일과 하버드 등 아이비리그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하지만 ‘짝퉁’이 넘쳐나며 사업성을 잃었고 실패의 경험에 다시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위즈코퍼레이션 대표는 끈질긴 협상 끝에 국내 라이선스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하며 예일대 ‘과잠’은 다시 한번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론칭 초반 예일대 재학생들로부터 우려의 메일을 받았던 것과 달리 론칭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에서도 질 좋은 예일대 옷을 입을 수 있게 돼 기대된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죠.

예일은 현재의 인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와 신선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텀블러 브랜드 ‘미르’와 콜라보를 통해 유기견 보호를 위한 텀블러를 제작하거나 ‘소비 뮤직’과 콜라보하여 집콕 아이템을 출시하기도 합니다.
테니스 등 스포츠 장비 업체 요넥스는 1946년 창업 이례 75년 만에 처음 타 업체와의 협업을 진행했는데요.

요넥스와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출시되자 예일의 월 매출은 전월 대비 500~600% 상승했죠.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의 영감을 얻기도 했는데요. 지난 9월 세계골프역사박물관과의 협업을 통해 예일은 ‘영골퍼’들의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갈망을 확인할 수 있었죠.
수요를 확인한 예일은 내년 마스코트인 불독 핸섬 댄이 새겨진 골프백과 골프웨어 등 스포츠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할 예정입니다.

예일의 인기에 주요 백화점들도 발 빠르게 영업에 나섰는데요.
스포츠 매장에 숍인숍으로 입점되어 있는 예일은 내년에는 백화점 내 단일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죠.
라이선스 기반 패션 브랜드는 이미 네임밸류를 가진만큼 인지도 확보와 홍보 효과에서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신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의류 제작부터 상표 등록, 모델 섭외, 마케팅 등 수십억 원의 자본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라이선스 브랜드로 전개할 경우 금액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절감을 누릴 수 있죠.

하지만 유명 브랜드의 로고 디자인만 상품에 붙여서 판매하는 ‘근본 없는 로고 플레이’만으로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는데요.
라이선스의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선보여야 구매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뉴스 미디어, 필름 회사에 유명 사립대학까지.. 또 어떤 브랜드가 K-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지 기대가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