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 3세의 ‘초고속 승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실제 일반 회사원이 평균 51.4세에 임원이 되는데 반해 총수 일가는 평균 33.7세에 임원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일반 회사원에 비해 13년이나 빨리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나 ‘다이아몬드수저’의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의 ‘쾌속 승진’은 갑질 논란도 막지 못하는데요. ‘물벼락’ 갑질로 회사를 떠났던 조현민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역시 재벌가는 다르구나는 목소리가 나왔죠.

지난 1월 12일 한진그룹은 지주회사 및 그룹 계열사에 대한 2022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번 인사 발표에서 단연 눈에 띈 점은 바로 조현민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었는데요.
2018년 ‘물컵 갑질’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사장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한데 이어 복귀 3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르죠.

과거 조현진 사장은 한 광고대행사와의 회의 도중 직원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물컵을 던지는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고성을 지르며 질책을 시작한 조 사장은 “자료를 그따위로 준비해왔냐”라며 탁자 위 물건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하는데요.
유리컵과 종이컵은 물론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전화까지 잡히는 대로 던졌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대행사 직원 2명이 종이컵에 든 음료를 맞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황’으로 한진가를 바라보는 시간이 곱지 않았던 국민들은 조현민의 ‘물컵 갑질’까지 이어지자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죠.
사건이 보도되고 문제가 커지자 당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민 부사장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는데요.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은 2019년 6월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다시 복귀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실제 경영 복귀 당시 그룹 이미지와 기업 가치를 훼손시킨 것을 생각했을 때 경영 복귀가 너무 빠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죠.
한진그룹은 이번 사장 승진에 대해 “한진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이번 인사를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장기화된 경영환경 악화를 타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한진그룹의 가장 큰 리스크를 총수 일가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두 자매의 갑질 논란 외에도 한진그룹 회장인 조원태 회장 역시 두 차례 뺑소니 혐의를 받은 바 있는데요.
한진가 갑질은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예외가 아니죠.

이 이사장은 운전기사 얼굴에 침을 뱉거나 사업장 및 자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책, 화분 등을 집어던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너가가 갑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뒤 그나마 직원들에게 행동을 조심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는데요.
그럼에도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의 가장 큰 적은 오너 일가라는 목소리가 높죠.

지난해 대한항공 영업이익률은 13%를 넘으며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데 반해 한진칼 주가는 주요 계열사가 코로나19 영향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델타, 오미크론 등의 변이가 출연하며 여객 수요 회복이 더뎌지자 주가가 큰 힘을 얻지 못했는데요. 거기에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늦어지며 주가 약세의 흐름이 이어졌죠.

이런 상황에 한진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로 조현진 사장이 경영 일선에 오르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함께 책임 경영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여주는데요.
과연 오너리스크를 이겨내고 한진그룹의 주가가 반전을 보일지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