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 아파트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죠.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수입산 최고급 마감재에 럭셔리한 인테리어까지 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내적 가치를 올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입니다.
주방가구를 비롯해 빌트인 가전, 욕실 자재까지 수입 마감재로 꾸미며 다른 아파트와의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죠.

근래 들어 가장 두드러진 고급화 전략으로 나타난 것이 ‘스카이 브릿지’인데요.
동과 동을 잇는 구름다리인 스카이 브릿지를 설치하고 내부에 북카페 등을 마련하며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파트 최상층에 인피니티 풀을 설치하거나 오페라 하우스, 피트니스클럽 등을 두는 것도 대표적인 고급화 전략 중 하나이죠.

과거 고급 아파트로 이름을 날린 아파트들도 다른 주택들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을 보여주었는데요.
압구정 현대 8차, 한양 4차 아파트는 건설 초기부터 이름있는 브랜드와 강남 개발의 열기를 타고 고소득 중산층과 상류층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죠.
현대 아파트는 기업가, 정계 인사들은 물론 유재석, 강호동과 같은 국내 탑 연예인들이 거주할 정도로 여전히 사랑받는 아파트인데요.

그런데 이 아파트에 30년 넘게 살아온 입주민들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고 하죠. 바로 가장 한강 북쪽과 가까운 동에 움푹 팬 듯한 모양의 구멍입니다.
아파트 6~7층 높이에 있는 이 구멍은 사각형 형태에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작아진 음각 피라미드 모양인데요.
구멍 안에 공간이 있지만 그 내부 공간으로 통하는 길이나 문이 전혀 보이지 않아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전시상황이 되면 기관총 사격을 위한 거치대로 사용하는 곳으로 전쟁시 한강 남쪽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당시 정부는 한강 라인을 따라 아파트들은 줄지어 지어 한강 이남을 지키는 요새처럼 쓴 것이죠.

물론 기관총 사격을 위한 벙커가 고급화 전략과는 거리가 있지만 압구정 현대 8차와 한양 4차는 고급 민영아파트 문화에 한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한데요.
70년대에 입주가 시작된 만큼 낡은 아파트임에도 탁월한 위치와 뛰어난 거주 환경, 재건축 관련 호재 등으로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압구정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현대 8차와 한양 4차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8월에 거래된 현대 8차 아파트(전용면적 163㎡)가 직전 거래보다 11억 7000만 원이 오른 48억 7000만 원에 매매되었습니다.

서울맨숀아파트는 1972년 분양 당시 시장과 국민학교가 가까이 있고, 시청까지 7분밖에 걸리지 않아 요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었죠.
분양가격이 260만 원 정도로 그 당시 분양했던 강남 아파트보다도 평단가가 높았다고 하는데요. 특히 연탄보일러를 주로 사용하던 시절에 서울맨숀아파트는 중앙난방식 난방 시스템을 도입하며 다른 아파트와의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아파트 중정에 서면 보이는 높은 굴뚝은 중앙 난방기를 가동하여 난방과 온수를 공급할 때 사용했던 시설인데요.
그래서 70년대에는 이 굴뚝이 부유함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별난방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더 이상 굴뚝은 사용되지 않고 있죠.
4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아파트의 외관도 세월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는데요. 재건축이 필요함에도 200% 넘는 용적률 때문에 재건축이 지지부진하다고 합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실내 수영장이 있다면 지금도 고급 아파트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데요.
70년대 초반 이촌동 한강 외인아파트, 반포동 한신 주상복합과 잠실 주공 5단지 등에 수영장이 등장해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이촌동 로얄맨션은 실내 수영장에서 보기 어려운 규모의 수영장을 외부인들에게도 오픈하면서 더 큰 인기를 끌었죠.

1972년도에 지어진 로얄맨션은 2004년 리모델링을 거치며 현재는 수영장 자리에 지하 주차장이 들어서며 더 이상 수영장을 볼 수 없는데요.
하지만 워터파크급 수영장 시설이 있었던 만큼 아직까지도 고급 아파트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한강이 펼쳐져 있고 뒤편으로는 용산가족공원이 있어 뛰어난 경관을 가진 것은 물론 반포역과 신용산역이 근처에 있어 교통 인프라도 뛰어나죠.
이러한 장점에 여전히 거래가 왕성하며 평수에 따라 8억에서 20억 원대까지 매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들의 아파트가 다른 아파트에 비해 특별하고 고급스럽길 바라는 마음이 똑같을 텐데요. 이런 입주민의 마음을 대변해 주듯 시공사들도 뛰어난 편의 시설들을 선보이고 있죠.
하지만 스카이브릿지나 루프탑 수영장처럼 신선하게 도입되었던 고급 시설들이 효율성이 떨어지며 현재 사용되지 않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앞으로 지어지는 편의 시설들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보다 입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시설이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