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의 70%가 결혼 준비과정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하죠.

서로의 의견 차이, 양쪽 집안의 분위기나 가치관 차이, 결혼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는데요.
심하면 파혼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는 점에서 예비부부가 겪는 스트레스와 다툼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집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으며 결혼을 미뤄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신혼집 마련은 결혼 준비 중 가장 험난한 과정으로 꼽히는데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십 차례의 부동산대책이 쏟아져 나오며 대표적인 주택 실수요자층인 신혼부부들이 유탄을 맞았죠.
결혼을 눈앞에 뒀는데 정작 둘이 들어가 살 집을 구하는 게 마땅치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신혼부부들이 많습니다.
모아 둔 돈은 넉넉하지 않고 청약 가점은 낮은 데다가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 물량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형편이죠.

서울에 사는 직장인 A 씨는 고민 끝에 결혼을 내년으로 미뤘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겐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정작 문제는 신혼집 마련이었는데요.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대책으로 집값이 치솟았고,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셋값마저 급등했죠.
전세가 귀한 데다 매물이 나와도 집을 보기도 전에 바로 계약하는 사람들에게 밀려 결국 신혼집을 구하지 못한 A 씨는 결혼 연기를 결정합니다.

경기 수원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B 씨는 지난해 파혼을 경험했죠. 3년의 연애 기간 동안 큰 다툼도 없었던 여자친구와 틀어진 결정적 이유는 신혼집 때문이었는데요.
각자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적금과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주택자금으로 4억 원을 마련해 수원시 영통구의 신축 중형 아파트를 구매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근 아파트값이 폭등하며 당초 6~7억 원대에 거래되던 매물이 10억 원까지 치솟았는데요. 영통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며 대출까지 묶이게 되죠.

부모님은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를 구입하자고 했고, 여자친구는 아파트 전세라도 들어가야 한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는데요. 결국 계속된 갈등으로 파혼을 결정합니다.
이처럼 최근 널뛰기하는 집값으로 많은 신혼부부들이 신혼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70억 원이 넘는 최고급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마련할 수 있는데도 결혼을 고민 중이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포자이 60평 시부모가 들어오라는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게시글은 예비부부가 직접 올린 글이 아니라 예비신랑의 친구가 작성한 글인데요.
그는 “친구가 부모님과 함께 반포자이 60평대에 살고 있는데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친구의 부모님은 한번 팔면 다시 들어오기 어려우니 그냥 같이 살자고 하고 여자는 절대 반대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죠.
글에 따르면 예비신랑과 신부는 각각 결혼자금으로 2억 원과 1.5억 원을 모아둔 상태인데요.

하지만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1억 원을 찍으며 두 사람의 자금으로는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었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예비 시부모는 아이를 낳으면 육아까지 도와주겠다며 합가를 제안합니다. 그러나 예비신부는 절대 시댁살이는 할 수 없다며 결사반대를 외쳤죠.
글 작성자는 “반포자이 60평대에 살게 해준다는데도 안 오는 걸 보고 배가 불렀다는 생각뿐이다”라며 예비신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해당 글이 퍼지자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조선시대도 아니고 시부모님과 어떻게 사냐’ ‘내 집에서 편히 쉬지도 못하고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데 웬만해선 절대 같이 안 산다’라며 예비신부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 ‘같이 살면서 시부모님께 잘하면 그 아파트 넘겨받을 수도 있는데 참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남겼죠.

해당 글에 나온 서울 서초구의 ‘반포자이’는 지난해 12월 전용면적 244㎡가 72억 8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는데요.
서울에 작은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들어 결혼을 미루는 신혼부부들이 많은 요즘 70억 대 아파트 합가로 갈등이라는 글이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 방안으로 신혼희망타운을 선보이며 민심잡기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기에는 너무 작은 집 크기와 향후 얻게 될 시세 차익을 의무적으로 정부와 나눠야 한다는 점에서 신혼부부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취업의 문을 넘어 결혼이라는 큰 결정을 한 신혼부부들이 걱정하지 않고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