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죠. 지적이면서 시청자들에게 강한 신뢰감을 줄 수 있고, 진중함을 갖춘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하지만 아나운서와 예능인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한 끼를 발산하는 아나테이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방송가는 ‘아나테이너 열풍’이 불어닥쳤죠.
‘얼짱 아나운서’로 불리며 김성주와 함께 원조 아나테이너로 손꼽히는 강수정 역시 당시 엄청난 활약을 보이며 팬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아나테이너 1세대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강수정 전 아나운서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멤버로 활약하면서 톱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데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남다른 끼를 보였다는 강수정은 ‘MC’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하죠.
연세대학교 생활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취업을 앞둔 4학년 본격적으로 아나운서를 준비하는데요.

언론홍보대학원에 진학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공중파 아나운서의 벽은 높았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지상파 3사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했지만 불합격이라는 아픔을 맛보죠.
총 8번의 재수 끝에 2002년 KBS 28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뉴스 앵커라는 새로운 벽을 만나게 됩니다.

강수정은 한 방송에서 “나는 원래 9시 뉴스 앵커감으로 뽑혔다. 하지만 동기들과 같이 교육을 받는데 나는 거의 맨날 혼이 났다.
그다음부터 더욱 긴장이 돼 뉴스를 할 때마다 실수가 이어졌다”라며 힘들었던 앵커 시절을 회상했죠.
보도국에서의 부진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데요.

그녀의 남다른 끼를 알아차린 예능국에서 강수정을 스카우트했고 2004년부터 ‘여걸파이브’의 고정 멤버로 활약하며 예능 대세로 떠오릅니다.
이에 대해 강수정은 “여걸파이브 제작진이 예산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아나운서는 출연료를 안 줘도 되니까”라며 농담 섞인 겸손을 보여주었는데요.
그녀의 말처럼 출연료를 2만 원에 불과했지만 그 어느 멤버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그렇게 전성기를 누리던 강수정은 2006년 KBS에 사표를 던지고 프리선언을 하죠. 당시만 하더라도 프리선언을 한 아나운서를 ‘배신자’로 보는 경향이 많았는데요.
이러한 편견을 떨쳐내고 퇴사와 동시에 SBS 메인 예능인 ‘야심만만’의 진행을 맡으며 MC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습니다.
강수정은 인생 목표 1순위였던 ‘MC’라는 꿈을 이룬 후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박차를 가하는데요. 바로 신랑감 찾기였죠.

인생의 반려자를 찾기 위해 100번 이상의 선을 봤다는 강수정은 ‘배우자 노트’를 만들어서 매일 밤마다 들여다볼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해 열성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녀는 한 예능에 출연해 “여걸파이브 출연 전에는 재벌가에서 맞선 제의가 상당히 들어왔다.
그런데 프로그램 출연 이후부터 제의가 뚝 끊겼다. 이후 법조계에서 좀 들어왔다”라며 인기 있는 소개팅 상대였다고 고백하기도 했죠.

100번이 넘는 선 자리 끝에 배우자 노트에 적어둔 이상형과 딱 들어맞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됩니다.
강수정의 남편은 4살 연상의 재미교포 펀드 매니저 매트 김인데요.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점에 호기심으로 나간 선 자리에서 이상형과 99% 들어맞는 남편을 만난 강수정은 2년여의 연애 끝에 2008년 결혼에 골인하죠.

홍콩 6성급 호텔에서 진행된 결혼식 날 강수정은 명품 브랜드 림 아크라의 웨딩드레스를 입어 눈길을 모았는데요.
게다가 591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8000만 원 상당의 목걸이를 착용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강수정은 모든 방송을 접고 홍콩행을 결정합니다. 갑작스러운 이민에 ‘잠적’ ‘도피’ ‘파산’ 등 갖은 루머들이 떠돌았는데요.

그렇게 사라졌던 강수정은 5년 만에 방송에 복귀하며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공개했죠.
결혼 3년 만에 자연임신으로 쌍둥이를 가지게 된 강수정은 당시 방송을 중단하고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활동 중단에도 건강에 이상이 생긴 강수정은 결국 임신 5개월째 유산이라는 아픔을 겪게 되죠.

이후 연달아 세 차례나 유산을 경험하였고 다섯 번의 시험관 시술마저 실패로 끝나며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시도한 여섯 번째 시술 끝에 귀한 생명을 얻게 된 강수정은 건강한 아들을 출산하였고 그 사이 방송과는 자연히 멀어지게 된 것이죠.
2016년 복귀 이후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방송을 이어가는 강수정은 항간에 떠돌던 남편 재벌설을 해명하기도 합니다.

박명수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한 강수정은 “내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더니 우연치 않게 그분이 똑똑하더라”라고 전했는데요.
이어 “홍콩섬에서 살고 있은데 31층이라 뷰가 괜찮다. 하지만 재벌은 절대 아니다”라며 재벌설에 대해 억울함을 들어내기도 했죠.
또 다른 방송에선 “남편이 조금 즐기는 것 같다. 우리가 가진 것보다 적으면 문제지만 크게 말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한다”라며 남편의 센스 있는 답변을 대신 전하기도 했습니다.

강수정은 최근 자신의 SNS에 홍콩에서의 근황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는데요.
테라스 밖으로 그림같이 펼쳐지는 하버뷰에 많은 부러움을 사기도 했죠.

잠적, 도피라는 자극적인 제목 뒤에 유산이라는 아픔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데요.
어렵게 맞이한 행복인 만큼 가족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멀티테이너로 오래도록 사랑받았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