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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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혼외자 스토리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클리셰’ 중 하나이죠. 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내용에 시청자들조차 외면하는 이야기가 되었는데요.

많은 시선을 받는 재벌인 만큼 사생활에 신중을 기하고 공개를 꺼려 하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에 반해 직접 언론을 통해 혼외자를 공개하고 이혼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재벌 오너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현재 1조 원대 재산분할이 포함된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로 태어난 노소영 관장은 서울대 공과대학을 입학할 정도로 뛰어난 머리를 자랑하는데요.

당시 서울대 공대 800명 학생 중 여학생은 단 5명뿐인데다 170cm의 늘씬한 키에 시원한 이목구비로 공대 퀸카로 유명했었죠.

하지만 아버지의 그늘 때문에 학교 전역에 ‘괴수의 딸’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2학년을 마치자마자 도망치듯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됩니다.

미국 시카고대로 떠난 노 관장은 그곳에서 운명 같은 사랑을 시작하는데요. 고려대를 졸업하고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과정을 이수 중이던 최태원 회장을 만나게 되죠.

두 사람은 만남은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정략결혼’의 상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대기업 회장의 장남과 정권 최고 실세의 딸이 아닌 같은 대학원 경제학 전공 선후배 사이가 만남의 시작이었는데요. 머나먼 타국에서 같은 공부를 수학하는 공통점에 이끌린 두 사람은 테니스 등을 함께 하며 서로에게 이끌렸다고 하죠.

최 회장은 노 관장의 첫인상에 대해 “지적이고 세련된 모습에 반했다”라고 밝혔고, 노 관장은 “검소하고 겸손한 모습에 반했다”라고 밝히기도 합니다.

유학시절 최 회장은 직접 노 관장에게 요리를 해주는 등 일반적인 연인들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여전히 언론은 ‘정략결혼’ ‘정경유착’의 불편한 시선을 거둬들이지 않는데요.

이에 과거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현 회장은 “본인들의 뜻”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고, “배우자 선택은 당사자 스스로 하는 것이지 자식들을 정략의 희생물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 박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열애 끝에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한 지 7개월 만에 두 사람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요. 결혼 후 노소영은 자신의 커리어를 모두 내려놓은 채 ‘내조의 여왕’으로 거듭나기 시작하죠.

앞서 고 최종현 회장의 주장과 달리 SK그룹의 노태우 대통령 재임기간을 중심으로 전후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SK그룹의 이동통신사업 진출은 ‘살아있는 권력의 사위’이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한데요.

재계 안팎의 사람들 모두 SK그룹이 오늘날의 위치에 오르는 데 두 사람의 결혼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죠.

결혼 이후 노 관장 역시 남편과 SK의 성장을 위해 정성을 쏟습니다. 특히 2003년 ‘SK글로벌 사태’로 최 회장이 구속 수감되었을 때 일주일에 세 차례나 면회를 가는 등 극진한 옥바라지가 언론에 화제가 되었는데요.

최 회장 역시 노 관장의 생일에 지인에게 부탁해 장미꽃과 카드를 전달하는 등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초기부터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3남매를 연이어 출산하며 겉으론 금실을 자랑했지만, 두 사람 주변에서는 늘 불화설이 맴돌았는데요.

최 회장이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2012년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이미 별거 상태에 들어간지 오래이며 사실상 이혼 절차만 남았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죠.

이후 2013년 최 회장은 실제 노 관장을 상대로 한 이혼청구소송 소장을 작성하기도 합니다. 그는 성장 배경의 차이, 성격과 문화 차이, 종교의 차이로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고 토로했는데요.

그러나 두 사람의 갈등에는 ‘숨겨진 여인’ 또한 원인이 되었죠. 2009년부터 별거에 들어간 최 회장은 2010년 한 여인을 만났고 외도 상대 사이에 아이까지 얻게 됩니다.

노 관장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는데요. 두 차례의 수감 생활을 묵묵히 지켜준 것은 물론이고 소아당뇨로 아픈 막내아들을 돌보는 자신에게 남편의 외도는 견딜 수 없는 수치심을 안겨 준 것이죠.

최 회장은 이혼소송 직전 법정구속되며 소송 제기가 무산되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2017년 또다시 이혼조정을 시도하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귀책사유자인 최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불편한 결혼 생활은 계속 유지되죠.

노 관장은 이혼만은 할 수 없으며 혼외자를 호적에 받아들이겠다는 ‘역대급 보살’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와 반대로 최 회장은 자신의 외도 상대와 공식 석상에 나서며 SK 안주인 자리에 상간녀를 공고히 선포합니다.

결국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치욕적인 시간을 보내며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지만 이제 희망이 없다”면서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이혼 반소를 제기하는데요.

재계 곳곳에서는 “최 회장이 자신의 혼외 자녀가 무척 똑똑하다고 자랑하고 다닌다”라는 소문에 노 관장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죠.

노 관장은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며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42.3%를 청구했는데요.

SK 주가 기준 1조 원이 넘는 액수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혼 소송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기나긴 법정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은 지난해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서 불편한 재회를 했는데요.

노 관장을 비롯한 유족들과 최 회장의 이름이 나란히 상주명에 올라와 있음에도 빈소에 10분간 머물다 떠난 최 회장을 두고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지난해 노 관장은 환갑을 맞이해 자녀들과 행복한 일상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듯 대통령의 딸, 재벌 오너의 아내라는 명함을 던져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노 관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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