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의 한 청년이 13년 8개월 동안 매일 한 장씩 그려 모은 디지털 아트가 785억 원에 팔려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앞서 지난해 3월 뉴욕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는 비플의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약 840억 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사진 파일이나 조각 그림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팔리다 보니 이제는 ‘유튜버보다 NFT 작가가 장래희망 1순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죠.
NFT는 ‘복제 불가능 토큰’의 줄임말로 수많은 복제품이 넘쳐나는 디지털 세계에서 유일한 ‘진품’임을 인증해 주는 일종의 증명서입니다.

NFT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 관련 정보가 모두 이곳에 저장되는데요. 최초 발행자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어 위조가 어렵죠.
진품 보증서를 가상세계에 등록하고 사고판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요.
영상·이미지·소리·텍스트뿐 아니라 예술품·게임 아이템·부동산 등 디지털 파일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NFT로 만들 수 있죠.

지난해 코인의 인기에 힘입어 메타버스와 NFT 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는데요.
그 가운데 NFT 아트가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NFT 아트에 대한 관심 덕분에 ‘매일: 첫 5000일’은 세계 미술사를 통틀어 세 번째로 높은 가격에 판매됐으며 응찰자의 90%가 새로 등록한 젊은 구매자였죠.

‘희소성’을 중시하는 미술의 특성상 원본이냐 아니냐에 따라 가치와 가격이 천차만별인 만큼 복제 불가능한 NFT의 특성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외 NFT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지난해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데요.
NFT의 결제 수단인 암호 화폐의 열기가 식은 데다 지난해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이 낙폭을 키우는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이죠.

세계 최대 NFT 거래소인 오픈시의 거래량은 지난달 고점 대비 80% 급감했고, NFT 평균 판매 가격도 지난해 11월에 비해 48% 이상 떨어졌습니다.
국내 주요 NFT 거래소에서도 구입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나온 매물들이 넘쳐나죠.
NFT 전문가는 “거품이 점차 걷히는 모양새”라며 “NFT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겪고 난 뒤 점차 안정적인 ‘우량주’위주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실제 NFT 작품 중 ‘대장주’로 꼽히던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 연작 역시 최근 들어 급락세를 보이는데요.
점당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이 작품은 미국 프로농구 간판스타 스테픈 커리와 가수 에미넴, 저스틴 비버가 구입하며 화제가 되었죠.
하지만 지난달 25일 점당 약 4억 4600만 원이 넘던 작품은 불과 2주 만에 약 2억 5000만 대로 반 토막 났습니다.

재판매 시장도 상황은 좋지 않은데요,
국내 대표 NFT 거래소인 클립드롭스와 XX블루, 업비트NFT 등 사용자 간 거래 시장에는 구입한 가격의 절반 미만에 나와있는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지난해 말 한 작가가 출시한 NFT 작품은 200여 개가 점당 100만 원에 판매되어 완판 기록을 세웠는데요.

한때 450만 원까지 치솟았던 작품의 평균 거래 가격은 현재 평균 70만 원에도 못 미치며 최저 가격은 50만 원이죠.
게다가 암호화폐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은 더욱 길어지는데요. NFT 작품은 암호화폐로 거래하는 만큼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하면 작품 가격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죠.
더 큰 문제는 NFT 작품의 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입니다.

여러 예술가들은 기술적·철학적으로 새로운 개념인 건 맞지만 상당수 작품이 ‘보기 좋지 않다’라는 것인데요.
컴퓨터 일러스트로 그린 돌멩이 하나가 과연 미술작품으로서 가치와 완성도를 가지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재기되고 있죠.
실제 NFT 아트는 누구나 등록만 하면 작품을 팔 수 있습니다.

가치 검증 과정이 아예 없거나 치밀하지 않죠. 때문에 순간 빛을 봤다가 금방 사라지는 작가들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NFT가 디지털 미술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만큼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데요.
NFT는 디지털 미술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혁명적인 개념이며 시장에 다소 거품이 끼어 있지만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죠.

과거 코인을 두고 투기가 아닌 사기라고 칭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가상 화폐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죠.
그런 점에서 NFT를 바라보는 시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요.
과연 NFT 아트가 가까운 미래에 예술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지 귀추가 주목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