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의 한 전원주택 앞은 주말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도 북적이는데요.

주택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부터 ‘환영’현수막을 다는 사람까지 생소한 상황을 연출하였죠.
5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철옹성 같은 이 주택은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로 알려진 곳입니다.
높은 담장은 물론 곳곳에 CCTV가 숨어져 있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는데요. 담벼락 위에는 날카로운 철제 펜스가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이후 사면 발표가 난 지난해 12월 23일까지 약 4년 8개월간 수감생활을 하였습니다.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오랜 기간 수감했다는 불명예를 안았는데요.
최근 음식물을 씹지 못할 정도로 치아 상태가 나빠져 미숫가루나 죽 등을 먹고 있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이 전해지기도 했죠.

12월 31일 0시부로 출소한 박 전 대통령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에 전념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퇴원 후 그의 행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1월 이 전원주택을 박 전 대통령 명의로 매입한 것이 확인되면서 언론의 눈이 이곳 쌍계리로 모여졌죠.

해당 주택은 1600㎡가 넘는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712㎡의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8개의 방을 갖춘 건물 앞으로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주거용 건물 외에 3개의 부속 건축물이 딸려있는 해당 주택은 매입 가격이 25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택이 위치한 쌍계리는 대구 시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요. 도심과 차량으로 20분가량 떨어진 변두리지만 신도시 ‘테크노폴리스’와 인접해 있어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는 곳이죠.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매입 소식이 알려지며 25억이라는 가격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퇴임 이후 예금이 압류된 것은 물론 사저로 알려진 내곡동 자택마저 공매로 넘어가 무일푼인 상황에 사저 비용을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 관심이 몰렸습니다.

지난해 1월 1월 대법원에서 벌금 180억 원과 추징금 35억 원을 확정받은 박 전 대통령은 추징금은 모두 납부하였으며 벌금 150억 원가량은 납부하지 못했는데요.
사면을 받음으로써 나머지 벌금은 내지 않아도 되지만 현재 박 전 대통령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죠.

유영하 변호사는 사저 매입 비용과 관련해 계약금만 지불한 상태이며 나머지 비용은 “여러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며칠 뒤 유 변호사는 매입 잔금을 치렀으며 청와대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 업무를 시작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입주’가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한 언론은 25억 원의 매입비를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와 강용석 가세연 소장이 사비를 털어 충당한 것으로 보도했는데요.
앞서 가세연의 김세의 대표와 강용석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 출소 전부터 사저를 본인들이 마련하겠다고 공언해온 바 있죠.

실제 내곡동 사저 입찰에도 참여했지만 2순위로 탈락된 이후 유영하 변호사와 상의해 별도의 장소에 사저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어 달성 사저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돌았습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 가로세로연구소를 오픈해 논란을 부추겼죠.

박 전 대통령의 귀향 소식이 전해지며 지지자들의 방문도 끊이지 않는데요.
한 지지자는 “고향으로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찾아왔다. 여기서 건강도 찾고 산책도 하며 지지자들과 함께 지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귀향 소식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데요. 주민 A 씨는 “앞으로 정치행사가 열릴 때마다 일대 교통이 혼잡해지거나 동네 시끄러워지는 일이 많아질까 걱정”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죠.

5년 전 촛불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은데요. 때문에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으로 돌아오는 박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