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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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산신도시의 비밀을 파헤쳤습니다.

서울과 맞붙은 일산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아파트는 진지로, 놀이터는 무기를 배치할 수 있게 설계했다는 것인데요.

일산신도시 전체가 수도 서울을 지키기 위한 바리케이트와 다름없는 ‘군사도시’였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 수 없었죠.

1994년 임시국회에서 당시 이병태 국방부 장관은 충격적인 발언을 합니다. “수도권 외곽 신도시는 유사시 북한의 남침을 막는 장애물로 이용할 것”이라는 발언이었는데요.

국방부 장관의 말에 일산 주민들은 “우리를 서울 총알받이로 쓴단 말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장관 해임까지 요구하죠.

거기에 같은 해 ‘일산신도시 군사대비계획 합의각서’가 공개되며 일산 주민들의 분노와 공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1990년대 작성된 합의각서엔 북한군 침략을 대비해 일산신도시를 계획하고 아파트를 배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는데요.

신도시 내 서북방 지역에 수로와 전투진지를 구축하고 공원과 공설운동장은 유사시 부대·장비·물자 등을 배치하는 공간으로 확보한다는 것이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도로 계획이었는데요.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는 좁게, 동서를 관통하는 도로는 넓게 설계한 것이죠.

이는 북한에서 도로를 타고 내려오는 북한군 수는 최소화하고, 우리 군은 가로로 최대한 많이 배치하기 위한 방어작전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일산신도시를 군사 전략에 사용한다는 계획은 이전에도 있었는데요. 1968년 발생한 북한 무장간첩 청와대 기습사건, 일명 ‘김신조 사건’이후 나온 계획이죠.

당시 생포된 간첩 김신조는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다”라고 발언해 충격을 안겨주었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요새화’를 위한 예비군 제도를 신설했고, 빠른 소집을 위해 일산신도시에 새 아파트를 대량으로 짓고 20~30대 부부에게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방송 이후 과거 일산시도시에 거주했다던 시청자들은 “실제로 어렸을 때 전쟁이 터지면 일산신도시 아파트를 넘어뜨려서 북한군이 내려오는 걸 막는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학창 시절 내내 우리는 총알받이, 고기방패라는 말도 있었다”라는 반응을 쏟아냈죠.

하지만 서울을 지키기 위해 ‘일산신도시 주민들을 총알받이로 쓴다’ ‘바리케이트용 지역일 뿐이다’라는 말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실제 일산은 군 작전용 도시로 유사시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갖추었지만 이는 일산뿐만이 아니죠.

고양 준산, 서울 상계·중계·등촌, 의정부, 부천 소사, 춘천 석사 등 수도권 외에 지방 주요 도시도 모두 군 작전을 위한 검토 작업을 거친 도시인데요.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도 유사시 작전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죠.

김신조 사건 이후 청와대는 경비를 위해 북악스카이웨이를 건설하고 30~40만 명을 수용할 방공호 용도로 남산터널을 팠습니다.

폭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면에 가깝게 지은 안보교 잠수교가 탄생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죠.

북한군의 남침로인 서대문구 홍은동의 유진맨숀과 의정부 방면인 도봉구 시민아파트는 첫 군사용 민간 주택입니다.

실제 유진맨숀은 필로티를 넓고 높게 지어 탱크를 배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죠.

부자 아파트의 대명사인 압구정현대아파트와 압구정한양아파트엔 총을 쏘기 위해 뚫어놓은 작은 구멍인 ‘총안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종로에서 천혜의 요새인 관악산 기슭으로 이전한 것도 모두 군사적 이유 때문이죠.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면 좀 더 육중한 군사시설들을 볼 수 있는데요. 서울에서 강변북로를 지나 자유로에 들어서면 중간중간 대전차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죠.

엄청난 크기에 콘크리트 무더기가 도로 한가운데에 육교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북한이 남침 시 이동을 제한하기 위한 시설물입니다.

하천에는 대전차 방어를 위해 ‘용치’들이 줄지어 서있어 여전히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임을 보여주고 있죠.

현재 남한과 북한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일산의 군사도시화, 방공호, 대전차장애물 모두 분단의 아픔일 텐데요.

언젠간 전쟁의 공포와 불안감에서 벗어나 육중한 군사시설물을 마주치지 않는 날이 오이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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