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2000년대 초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들이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죠.
흔히 ‘Y2K 패션’이라 불리던 세기말 패션이 다시 대한민국에 상륙했는데요. 브리트니 스피어스, 패리스 힐튼 등 당대 핫한 스타들의 스타일이 다시 재유행하고 있습니다.

잊고 싶었던 배꼽티와 과하게 반짝이는 액세서리, 그리고 절대 돌아와선 안된다고 부르짖던 볼레로까지 MZ 세대의 옷장을 채우고 있는데요.
상·하의 색을 깔맞춤한 핑크색 벨벳 운동복을 입고 등장한 블랙핑크의 제니로 인해 Y2K 스타일의 귀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패션계의 시계가 2000년대를 정조준하면서, 당시를 풍미했던 브랜드도 출격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2000년대 초반 뒷주머니에 말발굽 스티치는 국룰이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트루릴리전’도 재출시를 알렸죠.
광부의 옷으로 시작했던 청바지는 이제 패션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됐습니다.
유행에 가장 민감하지 않을 것 같은 옷이 청바지인 것 같지만 사실 가장 트렌디한 옷으로 평가받는 것 또한 바로 청바지인데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2000년대에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프리미엄 진이 유행했었습니다.
청바지 귀족으로 통했던 프리미엄 진은 40~50만 원 대의 고가 수입 청바지를 부르는 말인데요. 트루릴리젼부터 세븐진, 로빈스 진까지 당시 10대 20대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브랜드이죠.
케이트 모스, 빅토리아 베컴 등 당대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입던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진으로 각광받으며 젊은 층 중심으로 퍼져나가는데요.

당시 신세계백화점의 ‘블루핏’, 롯데백화점의 ‘진스퀘어’, 현대백화점의 ‘데님바’ 등 프리미엄진을 모은 백화점 청바지 편집숍이 연일 성업하였습니다.
많은 프리미엄 진 가운데 여성들의 마음을 특히나 사로잡은 브랜드가 있었는데요. 바로 엉덩이에 커다란 금색 날개가 새겨진 ‘로빈스 진’이었죠.
여성들의 애플힙을 부각시켜주며 뒤태마저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던 로빈스 진은 여성들의 워너비 바지로 평가되었는데요.

리타 오라, 마일리 사이러스, 패리스 힐튼 같은 스타들의 애장품이었던 로빈스 진은 국내에 들어오면서 연예인 바지로 입소문이 납니다.
국내에서 송윤아 바지로 불린 로빈스 진은 소녀시대, 송혜교 등 유명 스타들의 착장 사진까지 돌면서 유행은 더욱 퍼지죠.
로빈스 진은 이태리 원단을 사용하고 유럽과 미국의 패턴사와 장인에 의한 수공업 생산 등 럭셔리 프리미엄 진으로 데님 마니아들에게 알려졌는데요.

너무 비싼 가격에 노점상 사이에서는 프리미엄진 짝퉁 바지가 엄청나게 팔리기도 하죠. 이로 인해 인터넷상에서는 로빈스 진 짝퉁 구별 방법을 알려주는 글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유행은 없는데요. 급속도로 변하는 유행에 대응하지 못한 프리미엄 진들은 결국 조용히 사라지죠.
현재 로빈스 청바지는 인터넷상에 4~5만 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는데요. 중고거래 카페는 물론 무료 나눔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프리미엄 청바지의 몰락에는 ZARA, H&M 등과 같은 패스트패션의 성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유행에 맞게 빠르게 선보이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에 프리미엄 진이 쫓아가지 못한 것인데요.
게다가 프리미엄 진 브랜드들이 새롭게 선보인 디자인들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몰락의 이유로 꼽히죠.

로빈스 진과 같은 프리미엄 진의 선두주자였던 트루릴리젼은 2014년 국내에서 지사를 철수하고 2017년에는 국내 판매가 중단됐었는데요.
이후 두 번의 파산을 겪으며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로서 명성을 잃기도 하죠.
그런데 최근 ‘Y2K 패션’의 회귀와 함께 과거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들이 재도약에 나서고 있습니다.

‘트루릴리젼’이 콜롬비아 스포츠 웨어의 온라인 사업을 성공시킨 스콧 맥케이브를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변화를 시도 중인데요. 최근 스트릿 브랜드 ‘슈프림’과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며 부활을 알렸죠.
예전 사진을 살펴보면 절대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흑역사가 존재합니다.
골반에 걸쳐 ‘숏다리’를 여실히 드러내는 청바지가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이 패션을 이번엔 잘 살려서 입어낼 수 있을지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