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있는 스포츠 스타들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입니다. 기업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은 대회 때마다 후원사의 로고를 몸에 붙이는데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도 과거 입고 나온 트레이닝복에 곳곳에 후원사의 로고와 브랜드가 부착돼 있었죠.

김연아의 모습이 담긴 수많은 사진과 영상들이 인터넷과 신문 지면에 보도되면서 기업 로고가 노출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최근 MZ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골프 또한 마찬가지이죠. 상위 랭커에 위치한 선수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후원사의 로고로 가득한데요.
얼마 전 2022 마스터스에서 한국선수 최초로 1라운드 단독 선두 기록을 세운 임성재는 모자는 물론이고, 상의 양 가슴과 양팔, 그리고 목덜미에도 후원사 로고를 붙인 채 라운딩을 하였습니다.

마스터스는 세계 최대 골프 시장인 미국에서도 대중 노출률이 가장 높은 대회인데요.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스터스를 TV로 시청하기에 후원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자사 홍보가 가능하죠.
게다가 상위 성적의 선수들에게 후원을 하게 되면 그만큼 TV 노출 시간이 길어지고 홍보 효과 또한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선수에게 스폰서 로고를 붙일 수 있는 곳은 크게 모자, 상의, 하의, 골프백 등 네 군데인데요. 위치에 따라 세분하면 10군데가 넘기도 하죠.
일반적으로 선수들의 얼굴과 함께 눈에 들어오는 머리 위 모자에는 메인 스폰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장 노출이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가장 비싼 곳이기도 한데요.
모자 정면 부분은 세계 랭킹 10위 내 선수라면 연간 300만 달러, 한화로 약 36억 8천만 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로고를 새길 수 있습니다.

모자 외에 상의 가슴, 소매, 상의 옷깃 등에 부착되는 로고 가격은 평균 5만~10만 달러에 달하는데요. 한화로 6천만 원에서 1억 2천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듭니다.
미국의 경우 모자 정면, 가슴, 팔 부분 등에 구체적으로 가격을 매겨놓고 스폰서가 돈을 내고 원하는 자리를 산다고 보면 이해하기가 쉽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경우 모자와 가슴, 셔츠 소매에 나이키 로고 3개만을 붙이는데요. 나이키가 연 3000만 달러를 우즈에게 주고 모든 로고 자리를 ‘싹쓸이’ 한 것이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진 축구 또한 스포츠 브랜드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각축장입니다.
특히 한 달간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월드컵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이 각국 대표팀의 후원사가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펼치기도 하죠.
후원사가 되면 유니폼 오른쪽 가슴 부위에 자사 브랜드 로고를 새길 수 있는데요. 로고 하나를 새기기 위해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합니다.

유럽 축구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 뉴발란스는 한 시즌 스폰서십 비용으로만 약 1조 600억 원이 넘는 돈을 사용하는데요.
EPL의 유명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디다스와 1111억 원에 달하는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맺기도 했죠.
전 세계적으로 팬을 보유한 명문 구단 바르셀로나는 나이키와 연간 1억 55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2090억 원에 달하는 후원 계약을 맺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삼성, 롯데, 두산 등 국내 대기업들이 후원하는 야구팀들도 다양한 스폰서 로고를 달고 경기에 매진하죠.
보통 모기업의 후원을 받는 만큼 주력 그룹 계열사 브랜드나 주력 제품을 경기복 상하의, 모자 등에 나눠 부착하는데요.
삼성 라이온즈의 유니폼 소매 양쪽에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로고가 헬멧에는 스마트폰 ‘갤럭시’, 모자에는 삼성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이 들어가는 식이죠.

모기업이 아닌 기업과 후원 계약을 하고 로고를 부착하는 사례도 있는데요. 유니폼에 부착하는 광고비용은 적게는 2~3억 원, 많게는 4~5억 원 정도입니다.
유니폼과 모자, 헬멧 등에 5개씩만 붙여도 연간 15억 원에 이르는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보니 야구팀들도 광고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하죠.
스폰서 계약을 통해 선수들은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 운동에 전념할 수 있고 좋은 성적으로 후원사에 보답하는데요.

하지만 경기력 저하를 감수하면서도 스폰서십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일부 선수들은 이러한 스포츠 마케팅에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2011년 미국 챔피언십 대회에서 스폰서인 나이키의 스파이크 폭이 너무 작아 불편했던 마이클 하즐은 동료에게 아식스의 스파이크를 빌리는데요.
나이키와의 계약 조건으로 스파이크 브랜드를 가렸지만 미처 밑창에 있는 로고를 가리지 못해 1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전설적인 육상 선수 칼 루이스마저 스포츠 용품 업체들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현 상황을 지적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조니 더치 등과 같은 유명 육상 선수들은 몇 년간 스폰서 없이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죠.
스포츠는 이제 단순히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경기의 의미를 넘어섰는지 오래입니다. 프로의 세계로 들어선 이상 기업의 입김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요.
스포츠 마케팅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한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