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남구에 원룸을 구하려던 A 씨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의 매물을 발견하죠.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의 원룸을 찾은 것인데요.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인 월세에 당장 집을 보려 했던 A 씨는 관리비에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매달 내는 관리비가 41만 원이었던 것인데요. 이처럼 근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정상적인 매물이 쏟아지며 세입자들에게 경보 발령이 내려졌습니다.
월세를 낮추고 그 대신 관리비를 월세보다 비싸게 받는 ‘꼼수 월세’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꼼수 월세 때문에 집 없는 청년들과 취약계층들의 주거 안정에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오는 6월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를 어긴 집주인에게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가운데, 월세는 30만 원이 채 안 되는데 관리비가 비정상적으로 비싼 매물이 전국에서 쏟아지고 있죠.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에 따라 월세 30만 원 또는 보증금 6000만 원이 넘는 전세·월세 거래는 정부에 신고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세금을 내지 않거나 덜 내려는 집주인들의 갖가지 꼼수들이 시장을 흐리고 있습니다.
월세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관리비를 제시하는 가 하면, 월세보다 관리비가 무려 네 배가량 많은 원룸까지 등장했죠.
하지만 실태 파악은 커녕 구제책도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부동산 중개 사이트나 중개업소 원룸 매물란을 보면 월세가 26만~28만 원인데 관리비가 월세보다 훨씬 높은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집주인들이 신고를 했다가 나중에 과세 근거로 삼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신고기준에 못 미치도록 전세나 월세를 낮추는 대신 신고제에 포함되지 않는 관리비를 올려 받으려는 꼼수 매물들이죠.
관리비가 월세를 역전하는 매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최근 온라인 중개 사이트에 대전 둔산의 33㎡ 원룸이 보증금 150만 원/월세 27만 원에 올라왔습니다. 정상적인 매물 같지만, 이 원룸의 관리비는 무려 105만 원에 달했는데요.

관리비가 월세에 비해 4배가량 많은 셈이죠.
이런 꼼수는 관리비 명세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아파트가 아닌 서민이나 대학생, 청년층이 많이 찾는 소형 빌라나 원룸, 오피스텔 등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집을 옮길 여건이 안 되는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관리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죠.
관리비가 과도하게 비싸다는 지적에 집주인들도 나름의 항변을 하는데요.

집주인들은 “월세를 최대 5%밖에 못 올리게 하고서 세금과 대출이자 같은 비용은 계속 늘어나 어쩔 수 없다”라고 답했죠.
지방에서 원룸을 세준 한 임대인 역시 “대출받아 산 집에 세입자를 들인 건데, 새 임대차 법 때문에 시세만큼 월세를 못 올리면 관리비 명목으로라도 현금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관리비가 원룸이나 오피스텔 거주자들의 실질 임대료를 높이는 주범이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감시 규정은 미비한 수준이죠.
15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나 50가구 이상의 집합건물은 법에 따라 관리비 명세를 공개하고, 회계 감사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원룸이나 소규모 빌라는 이런 의무가 없어 집주인이 마음대로 올릴 수 있죠.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는 관리비를 실비 사용료의 성격이라는 이유로 관련 통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국토부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통해 구제할 수 있다”라고 해명했지만 2020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접수된 분쟁건수 가운데 관리비 인상으로 인한 접수 및 조정 건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분쟁조정위의 주장은 국토부와 달랐는데요.

월세를 감액하고 관리비를 증액하는 것이 당사자 간 진정한 의사표시에 의한 것이라면 조정대상이 되지 않아 각하될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집주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도 조정 절차는 종료된다고 분쟁조정위는 전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꼼수 매물이 나오는 것은 임대차 3법을 충분한 숙려 없이 통과시킨 정부의 탓이 큰데요.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구제책도 전무함에도 손을 놓고 있는 정부로 인해 결국 세입자들의 피해만 키운 꼴이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