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할 걸 큰 결심을 내린 듯 발표했습니다.
바로 신년부터 국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해 해당 201동을 포함한 8개 동 전체를 철저한 후 재시공하기로 결정했죠.
정몽규 HDC회장은 4일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주 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8개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짓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정 회장은 “지난 4개월 동안 입주 예정자와 보상 여부를 놓고 얘기해왔는데 사고가 난 201동 외에 나머지 계약자들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라고 전했는데요.
이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발표했죠.
정몽규 회장은 이번 결정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철거 방식과 입주 예정자 지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아서 궁금증을 더 하고 있는데요.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당시 사고는 화정 아이파트 주상복합 201동 공사현장에서 39층(PIT) 바닥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완료 직후 PIT층 바닥이 붕괴되면서 시작됐죠.
PIT층은 38층과 39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었는데요.
39층 하부부터 시작된 건물 붕괴는 23층까지 진행돼 16개 층 이상의 슬래브, 외벽, 기둥이 연속적으로 붕괴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했는데요. 현장 조사를 벌인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시공·감리 등 총체적인 관리부실로 인해 발생한 인재로 결론 내렸죠.

사고 현장 입주자 대표 측은 그동안 현대산업개발에 전체 동을 모두 철거하고 전면 재시공해 줄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사고 발생 약 4개월 만에 입주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며 전면 재시공 결정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입주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죠.
HDC현산은 철거부터 준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70개월 내로 예상했는데요. 무려 5년 10개월이나 입주가 미뤄진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 보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재시공 결정으로 계약자당 지체보상금만 1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죠. 우선 현대산업개발은 계약자들이 계약 해지를 원하면 이를 수용한다는 방침입니다.

현행법상 사업시행자 귀책사유로 입주가 예정일보다 3개월 이상 지연되면 입주 예정자들은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데요.
계약 해지가 이뤄지면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전체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과 함께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에 대해 연 1.99% 금리로 이자를 받을 수 있죠.
현대산업개발은 철거와 재시공에 따른 건축비와 입주 지연에 따른 주민 보상비까지 추가로 투입될 비용이 3천700억 원가량으로 추산했는데요.
입주자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관련 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몽규 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화정 사고 때문에 1750억 원을 썼고, 입주 지연 비용과 주거 지원비 등 여러 가지 생각했을 때 2000억 원 정도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죠.
현대산업계발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화정 아이파크와 관련한 손실을 1750억 원 반영했는데요. 철거와 재시공에 따른 건축 비용, 그리고 입주 지연에 따른 비용까지 추가로 2000억 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한 것이죠.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연결기준 2743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해 영업이익의 1.4배에 달하는 금액이 사고 수습 비용으로 나가는 셈입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에 대한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실적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졌죠.

만약 입주 예정자가 분양 계약 유지를 탁하면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표준분양계약서 등을 근거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 경우 입주 지연 기간만큼 연 6.48%의 지체보상금을 받습니다. 현재 광주 화정 아이파크 계약자들은 계약금 10%와 여섯 차례 나눠 내는 중도금(분양가의 60%) 가운데 4회차까지 납부했는데요.
분양가의 절반가량이 납부된 가운데 분양가 5억 4500만 원짜리 계약자가 중도금 4회차까지 납부했을 경우 2억 7250만 원에 대한 연간 금리 6.48%로 지체보상금을 받을 수 있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전면 재시공하는 동안 당장 살 집이 없는 입주 예정자들도 있는데요.

현재 부동산 규제 강화로 분양권을 갖고 있는 입주 예정자들은 전세 대출조차 받을 수 없습니다.
이에 화정 아이파크 입주 예정자 모임은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주거 대책에 대한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입주 지원금 보조에 대한 내용을 현대산업개발 측에 전달할 방침이죠.
유례없는 아파트 붕괴사고로 입주 예정자들만 애먼 피해자가 되었는데요.
내 집에 들어가기 위해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입주 예정자들을 위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