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이면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데요. 임대차보호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전세시장에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세값 5% 인상의 전월세상한제 적용을 받았던 전세물량이 오는 8월부터 시장에 풀리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전세 매물이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전세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계약갱신이 끝나는 전세 물량은 8월부터 1년간 월평균 60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죠.
계약갱신 만료를 맞은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전용 84㎡ 기준 전세 세입자들은 최소 3억 원 이상을 올려줘야 계약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지난해보다 1만 1000가구 줄어든 새 아파트 입주 물량과 사상 최대로 벌어진 매매·전세 가격 격차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전세시장은 대혼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울 핵심 주거지 6개 단지(반포자이, 은마,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헬리오시티,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우장산힐스테이트)의 최근 1년간 전세계약을 분석한 결과 갱신청구권 행사 전셋값과 일반 계약의 차이는 평균 2억 7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는 갱신청구 기간이 끝나는 전세 세입자가 같은 집에 거주하기 위해 올려줘야 할 최소 인상폭과 같은 셈이데요.
실제 강남권 대표 단지인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5㎡ 전세는 갱신청구권 전셋값 평균이 13억 8000만 원인 것에 비해 신규 전셋값 평균은 17억 1900만 원에 달합니다.
둘 사이의 격차가 3억 3800만 원에 이르는데요. 신규 계약 최고가(22억 원)과 갱신청구 최저가(11억 5000만 원)의 격차는 무려 10억 5000만 원에 달하죠.
이처럼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인데 전세 가격이 수억 원씩 차이 나는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갱신청구 아파트와 신규 전세의 평균 가격 차가 3억 1800만 원, 헬리오시티는 3억 500만 원,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각각 2억 5300만 원, 2억 4500만 원이 차이났죠.
단일 단지로 9510가구의 국내 최대 규모인 헬리오시티는 2018년 12월 입주 당시 전용면적 84㎡ 전셋값이 6억 원대에 불과했습니다.
대단지이다 보니 주변 시세보다 전셋값이 낮았는데요. 이 때문에 입주 후 첫 재계약 시점을 앞둔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유난히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컸던 곳이죠.
그 여파는 현재 ‘같은 평형 다른 가격’이라는 기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요.

헬리오시티 전셋값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가격(평균 8억 6400만 원), 신규 가격(11억 6900만 원), 계약을 갱신했지만 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가격(9억 6600만 원)으로 삼중화됐습니다.
임대차법이 부른 시장 왜곡으로 인해 세입자들은 ‘잔인한 8월’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최근의 금리 인상을 고려한다면 계약 연장시 세입자는 최소 월 100만 원 이상의 이자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 규제 정상화로 전셋값 인상분을 대출받기는 수월해졌지만 이자 부담은 상당한데요.

현재 3~4% 대인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 연말에 5%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1억 원이면 월 40만 원, 3억 원이면 월 120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 셈이죠.
계약 연장으로 치솟는 전세 보증금도 문제지만 공급 가뭄 또한 전세 세입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인데요.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1만 1200여 가구 감소한 2만 1400여 가구로 2014년 이후 9년 만의 최저 규모이죠.
2013년 2만 760여 가구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며 작년 3만 2680가구에 비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수치입니다. 신규물량 감소는 올해뿐 아니라 2023년, 202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죠.

공급 가뭄까지 겹치면서 최근 전세 최고가 계약이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요.
서초구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 전용 114㎡ 전세는 지난 5일 보증금 21억 원에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이는 역대 최고가로 직전 전셋값보다 2억 원이나 오른 금액이죠.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흑석한강센트레빌2차’는 3월 말 전용 146㎡가 전세가 역대 최고가인 16억 원에 거래되며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최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데는 전셋값과 매매의 간극이 벌어진 것도 한몫을 했는데요.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6억 원 이상 벌어지면서 매매로 갈아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된 것이죠.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 7722만 원으로 전셋값 평균 6억 7570만 원과 무려 6억 원의 차이가 납니다. 반면 5년 전 전세와 매매의 차이는 1억 9000만 원 수준이었죠.
전세 갱신계약이 끝나 다시 전월세난이 심화될 것이 예상되자 정부는 속속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대출한도를 늘려주거나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방식을 선보였지만 결국 주택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임차인 지원 대책은 전월셋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만들었던 법이 결국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는데요. 세입자들에게 전세난은 잔인한 8월로만 끝날 것 같지는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