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외모의 긴 머리 여인.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문구와 함께 침을 삼키며 목젖이 드러나는 짧은 영상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죠.
특유의 고혹적인 매력에 광고사엔 모델이 누구냐는 문의가 폭주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밝혀진 그녀의 정체는 충격 그 자체였죠.

‘하리수’라는 이름과 함께 트랜스젠더임을 당당히 밝힌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단 한편의 화장품 광고로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은 하리수는 독보적인 미모와 매력으로 이후 연예계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는데요.
한참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엔 동시간대 다른 방송국이 하리수의 경쟁 방송 출연 사실이 전해지자 자신들의 녹화본을 포기하고 하리수를 불러 재촬영에 나설 정도로 그녀에 대한 관심은 신드롬에 가까웠죠.
또한 성전환자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는 그녀에게 사람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는데요.

하리수의 등장 이후 성전환자의 호적정정 허용을 두고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66%가 찬성하는 등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게 해준 인물이었죠.
데뷔와 동시에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녀는 1집 ‘temptation’을 발매하며 가수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는데요.
겉옷을 찢는 퍼포먼스는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여전히 ‘레전드 무대’로 회자될 정도로 강렬함을 선보였습니다.
가수, 배우, 방송인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던 하리수는 2009년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말레이시아 등 해외 진출에 나서는데요.

중국과 말레이시아 합작 영화 ‘전신’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가 하면 음악 활동, 각종 화장품과 속옷 브랜드 CF 모델까지 꿰차며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죠.
당시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루이비통 행사에 가수 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해 초대받을 정도로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에서 그녀의 인지도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였습니다.
중국어를 구사할 줄 몰랐음에도 남다른 방송 감각으로 대만 방송과 광고를 접수했는데요.
하리수는 “2001년 당시 중국어를 몰랐는데 받아치던 중국어가 재밌어 통역 없이 방송에 투입됐다. 그래서 7년 동안 대만 버라이어티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활동했다”라고 밝혔죠.

활발한 해외 활동 덕에 수입 또한 상당히 벌어들였는데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하리수는 전성기 때 수입을 솔직히 밝혀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4일 방송된 tvN ‘프리한 닥터M’에 출연한 하리수는 과거 수입에 대한 질문에 “꽤 괜찮았다. 한창 잘나갈 때는 하루 1억 원”이라고 밝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는데요.
그는 “지금은 200평 넘는 집도 가지고 있고 여주 쪽에 1000평 넘는 땅도 있다”라며 “헬기도 자주 탔고, 비행기 마일리지도 꽤 많이 쌓여있다”라고 덧붙였죠.
하리수는 과거 한 방송에 출연해 행사의 여왕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는데요.

화려한 무대 매너로 관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는 그는 “행사의 여왕이었다. 당시 몸값이 가장 비싼 가수가 김건모 씨였는데 그와 출연료가 비슷한 수준이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04년 기준 공개된 김건모의 행사비가 약 3500만 원 정도로 그녀의 몸값을 짐작할 수 있겠네요.
해외 활동과 각종 행사 외에도 하리수에겐 꾸준한 수입원이 있죠. 바로 2009년 역삼동에 오픈한 트랜스젠더 클럽인데요.
당시 소외당하고 힘든 트랜스젠더 선후배들을 위한 휴식처 및 문화 공간으로 시작한 클럽은 하루 매출 1000만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입과 관계없이 그녀의 활동은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1에서 2로 변경한 최초의 인물이며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였는데요.
하리수의 성별 정정 이후 많은 트랜스젠더들의 성별정정이 허가되는 등 소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시발점이 됩니다.
그는 나아가 차별받는 소수자들을 위한 ‘평등법(차별금지법)’제정에도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최근 더불어민주당 수뇌부와 만나 평등법 제정의 원활한 추진을 촉구하기도 했죠.

사실 여전히 하리수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억측과 루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형(오빠)과 누나(언니)’ 그 사이쯤 서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은데요.
세상이 변하고 다양성이 미덕이 된 요즘 하리수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제는 좀 더 부드러워져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