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배달 플랫폼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며 라이더 모시기 전쟁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최근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대형 택시 부문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서면서 대형 택시 기사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졌는데요.
대형 택시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일부 모빌리티 플랫폼 소속 기사들 가운데 무려 1000만 원 이상의 월수입을 내는 이들도 있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2년 넘게 지속됐던 코로나19가 엔데믹 상황에 가까워지며 이동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죠.
늘어난 이동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모빌리티 플랫폼들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는데요.
이들은 기존 택시 호출 서비스에서 벗어나, 대형 고급택시부터 반려동물 전용 택시, 전기차 택시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이용자 사로잡기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부터 1천500만 명에 육박하는 반려인을 대상으로 하는 반려동물 이동서비스 ‘카카오T펫’ 베타서비스를 오픈하고 서울과 인천, 경기도 전 지역에서 운행을 시작하였죠.
타다 역시 지난달 7~9인승 승합차를 기반으로 하는 ‘타타 넥스트’의 정식 출시를 알리고 연내 1천500대까지 공급량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타다 넥스트는 최소 5년 이상 무사고 경력의 고급택시 면허를 보유한 드라이버가 운행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인데요.
반려동물과의 탑승은 물론, 가족 단위 고객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죠.
프리미엄 택시 플랫폼이 아이엠택시 운영사 진모빌리티는 기존 아이엠택시 상위 모델 ‘하이 블랙’ 베타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하이 블랙은 프리미엄 전문 서비스 교육을 이수한 기사가 기아 카니발 하이 리무진 차량으로 운행하는 서비스로 임산부 및 영유아 가정을 위한 카시트 장착 서비스 등을 제공하죠.
이처럼 카카오모빌리티, 타다, 아이엠택시 등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대형 택시 부분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일반(중형) 택시 기사들을 빨아들이고 있는데요.
실제 중형 택시보다 수익성 면에서 우수하다 보니 이들 모빌리티 업체로 갈아타는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중형 택시 운수회사의 기사 A 씨는 최근 모빌리티 플랫폼으로부터 대형 택시 기사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 중인데요.
그는 “이달만 세 번 연락받았습니다. 지원금을 더 주고 추가 혜택도 줄 테니 자기네 회사로 옮겨달라고요”라며 이적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택시 기사들 사이엔 모빌리티 업체 이적이 주요 관심사가 되었는데요. 이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적을 옮긴 동료들도 적지 않죠.
대형 택시는 중형 택시보다 기사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5년 이상 무사고 경력의 택시 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대형 택시를 몰 수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대형 택시 서비스 경쟁이 붙은 모빌리티 업체 간 ‘기사 빼내기’ 전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죠.
모빌리티 업체들은 더 많은 기사들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쓰고 있는데요.
타다는 운행 매뉴얼 제공, 차량 외부 꾸미기 등을 통해 운전사의 타다 넥스트 운행을 돕는 ‘타다 파트너 케어 센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소속 기사를 위한 온라인 전용 상점도 여는데요. 졸음방지껌, 백화유 등을 넣은 ‘졸음방지 부스터키트’를 1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등 기사들을 위한 당근책을 계속 내놓고 있죠.
택시 기사에 대한 호칭도 기사가 아닌 ‘파트너(타다)’ ‘지니(진모빌리티)’ 등으로 바꿔 예우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업체의 유인책 외에도 수익성이 좋다는 것도 택시 기사 대이동의 원인이 되었는데요. 카카오모빌리티에서는 최근 월수입 1000만 원 이상의 벤티 기사가 잇따라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형 택시 기사들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요인은 ‘탄력요금제’라는 독특한 요금제 덕분인데요.
벤티 기사는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에 기본요금의 최고 두 배를 받죠. 타다 넥스트와 아이엠택시는 최고 네 배까지 탄력요금제를 적용합니다.
중형 택시 요금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정하지만 대형 택시는 신고 방식이다보니 관련 규제가 느슨해 이같은 요금 차이가 발생하게 되죠.
택시기사 모시기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인데요. 타다는 현재 400여 대 수준인 타다 넥스트를 올해 1500대로, 내년에는 3000대로 늘릴 계획입니다.
‘아이엠택시’를 운영하는 진모빌리티도 현재 500여 대인 운행 차량을 연내 1500대까지 늘리기로 했죠.
이처럼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중형 택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기사들의 이탈까지 늘면서 밤마다 시민들이 택시를 잡지 못해 혼란을 겪는 ‘승차 대란’도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일각에선 중형 택시에도 탄력요금제를 적용해 이탈을 막고 중형 택시 수급에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서울시도 비슷한 이유로 중형 택시의 심야 할증 적용 시간을 밤 12에서 오후 10시로 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죠.
모빌리티 플랫폼의 확대가 배달 플랫폼의 배달료 인상 때처럼 택시요금 인상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요.
택시 기사의 처우 개선이 국민들의 요금 부담으로 전가되며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