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연일 파란불이 켜지면서 개미들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코스피는 1월 이후 3000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코스닥은 800~900선을 횡보하며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데요.
업종 전반의 추세가 좋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종목이 바로 게임주이죠. 게임주들이 유독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공급망 이슈로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극심한 인플레이션 등 이어진 외부 요인과 인견비 상승 등으로 인한 영업 이익 감소 등을 꼽는데요.

하지만 가장 큰 하락 원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신작의 반응이죠.
대표 게임주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신작인 ‘블레이드&소울2’와 ‘리니지W’가 제대로 흥행하지 못하면서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이 시작됐습니다.
시장에서는 블소2의 예상 매출을 일평균 70억 원대로 예상했지만 출시 한 달 후 블소2 일평균 매출은 10억 원대에 그쳤는데요.
이에 블소2 출시 전날인 2021년 8월 25일 83만 7000원이었던 엠씨소프트 종가는 출시 당일 70만 원대로 급락하더니, 9월에는 50만 원대까지 내려앉았죠.

크래프톤도 신작 출시 이후 주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1월 기대감 속에 신작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를 냈지만 미적지근한 반응을 맞게 되는데요.
뉴스테이트의 여파 탓에 지난해 말 50만 원 전후를 기록한 크래프톤의 주가는 올해 들어 줄곧 내려가 20만 원 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2021년 8월 10일 상장일 종가 45만 4000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죠.
게임업체 펄어비스 역시 중국에 출시한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반 토막 났는데요. 12일 펄어비스는 5만 8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56%가량 급락하였습니다.

지난달 26일 중국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 ‘검은사막’이 흥행하지 못하면서 매도 폭탄이 떨어진 것이죠.
게임 출시를 앞두고 개미들은 성공을 점쳤었는데요. 국내에서 성공한 게임인 만큼 중국에서도 흥행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죠.
이에 연초 이후 개인들은 펄어비스 주식 5501억 원을 순매수하며 투자 성공의 기대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예상은 적중하였는데요. 출시 첫날 ‘검은사막’은 중국 앱스토어 인기 1순위에 올랐고 성공을 확신한 개미들은 추가로 매입에 나서죠.

하지만 개미들의 기쁨은 일장춘몽에 그치는데요. 이튿날 순위가 20위권으로 밀리더니 ‘검은사막’은 급기야 100위권 밖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펄어비스로 인한 개인들의 손실은 평균 30%를 넘는다고 추정하였는데요. 실제 펄어비스로 인해 손해를 보았다는 투자자들의 사연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신용으로 투자했던 한 주주는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4600만 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라고 고백했는데요.
또 다른 주주는 “남편 권유로 110주를 샀다가 하루 만에 5%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뚝뚝 떨어지는 주가에 속이 타는 주주들과 달리 펄어비스는 새로운 ‘부업’에 나서고 있어 투자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죠.
펄어비스는 지난 6일 장수돌침대와 콜라보를 통해 ‘검은돌침대’를 출시했습니다.
이를 확인한 주주들은 “손실로 잠도 못 자고 있는데 염장을 지르는 것이냐” “검은사막 돌침대? 합성이냐?”라며 반발하고 나섰죠.
물론 ‘검은돌침대’로 돈을 벌겠다는 심상은 아닙니다. 효도를 주제로 ‘검은사막’ 이용자들을 위한 이벤트 경품 상품인데요.

하지만 주가 폭락으로 시름에 잠긴 주주들이 많은 가운데 말도 안 되는 콜라보로 투자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펄어비스는 콜라보에 진심인 기업이죠. 펄어비스는 이용자들의 혜택을 늘리고 온오프라인을 통한 즐거움 확대를 위해 여러 이색 제휴를 진행해 왔는데요.
작년에는 남성용 속옷 ‘검은사각’을 선보여 큰 화제를 얻은 바 있으며 그전에는 ‘껌은사막(껌)’ ‘김은사막(김)’ ‘감은사막(샴푸)’ 등을 선보여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펄어비스가 이벤트에만 목을 매는 건 아닌데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2일 198만 6000주가 넘는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죠.

당시 시세로 130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였는데요. 그럼에도 불만은 누그러들지 않았고 주가 하락 또한 막지 못했습니다.
자사주 소각 발표 당일 6만 7800원이던 주가는 12일 기준 5만 8300원까지 떨어졌죠.
물론 제휴 마케팅은 게임업계에서 널리 쓰는 홍보 수단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시기적절하지 못한 홍보는 주가 폭락으로 시름에 잠긴 주주들에게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데요.
펄어비스의 ‘검은돌침대’는 어버이날 부모님이 원치 않는 선물을 한 꼴이 돼버렸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