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어떻게 되세요?” 최근 몇 년 사이 MZ 세대가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자주 건네는 말 중 하나일 텐데요.
사람의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나눈 심리검사 MBTI는 일상 대화부터 소개팅, 회식자리에서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이야기 소재되었죠.
재미로 웃고 즐겼던 MBTI가 취업 면접장 질문으로까지 등장했는데요. 심지어 취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습니다.

MBTI 검사는 개인의 성격 유형을 에너지의 방향, 인식 기능, 판단 기능, 생활양식 네 가지 양극 지표에 따라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것인데요.
한국 MBTI연구소에 따르면 개인의 성격 유형을 분류하는 설문 형식의 지필 검사로, 자신과 타인의 심리적 선호의 차이를 이해하도록 돕는 검사 도구이죠.
예전부터 조직의 워크숍이나 신입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성원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여러 도구 중 하나로 사용돼 왔는데요.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서로의 차이를 보여주는 ‘밈’으로 확산되며 하나의 재미요소로 MBTI를 즐기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 재미로 시작한 MBTI 검사가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요. 이에 일부 MZ 세대 사이에는 ‘성격이 스펙이냐’라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학 4학년생인 A 씨는 올해 초 대기업 계열사 면접에서 “MBTI 유형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았죠.
재미 삼아 해봤던 MBTI 검사이지만 채용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요.
면접관은 “MBTI가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답했지만 앞서 취업에 고배를 마셨던 A 씨는 대답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면접에서 나온 질문인데 어떻게 합격에 영향이 없겠느냐”면서 “회사가 좋아할 만한 유형으로 거짓말을 해야 할지 갈등했다”라고 전했죠.
A 씨에게 질문을 했던 면접관은 취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지만 업계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MBTI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기업이 다수 확인됐는데요.
Sh수협은 올 초 채용 과정에서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 및 장단점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과 적합한 직무 분야가 무엇인지 작성하라”라는 문항을 제시했습니다.
식품업체 아워홈 역시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라는 문항을 넣은 바 있죠.

MBTI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기업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요.
MBTI 검사 결과를 제출 서류에 포함한 경남지역 한 기업은 “직무가 영업이다 보니 외향적인 성향이 있는지 참고용으로 보려고 포함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특정한 성향을 가진 지원자를 우대한다는 모집공고가 올려와 논란이 되기도 했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엔 한 카페 직원을 뽑는 공고문 캡처글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사진 속에 공고문엔 “저희는 MBTI를 보고 뽑아요. ENTJ·ESFJ 비롯한 5개 유형은 지원 불가”라고 적혀있었죠.

이에 작성자는 사진을 공유하면서 “진짜 기겁했다”라고 밝혔지만 싹싹하고 밝은 사람을 뽑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MBTI를 채용 과정에 활용하는 기업이 생기면서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인데요.
취업준비생 B 씨는 “기업에서 흔히 하는 인적성 검사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을 잘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데 성격 유형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역시 “정식 검사도 아닌 무료 간이 검사로 채용에 활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 만약 기업에서 써 내라고 한다면 기업이 선호하는 MBTI로 속여서 쓸 것 같다”라고 말했죠.

기업들이 잇달아 MBTI 검사 결과를 채용에 도입하자 취준생들 사이에선 어떤 유형이 취업에 유리하냐는 논쟁까지 벌어졌는데요.
취준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외향적 성격을 뜻하는 ‘E’ 유형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MBTI도 기업이 원하는 스펙에 맞춰야 하냐며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죠.
기업은 입사 지원 서류에 MBTI 유형을 기재하게 하는 것이 최적화된 직무 배치와 지원자 분석에 용이하다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한국 MBTI 연구소 관계자는 기업이 MBTI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MBTI는 원래 성격 등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려고 만든 심리 검사”라며 “지금 기업이 활용하려는 방향은 지원자를 미리 판단하고 걸러내겠다는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죠.
또한 시중에 나와 있는 검사는 대부분 무료 간이검사로 정식 검사와는 형태나 문항 등 다른 점이 많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심리학 교수 또한 “신뢰도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이를 지원자의 당락에 사용해서는 안된다”라며 “개인이 성향으로 당락이 갈려서는 안된다”라고 경고했죠.
취업이 간절한 청년들은 결국 자신의 성향도 버린 채 기업이 원하는 성격 유형으로 살아야 할 수밖에 없는데요.
재미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된 상황에 그저 웃음만 나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