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의 지역에선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며 지방선거에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문제는 최대 이슈로 부상하였는데요.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추진 방식과 시점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죠.

전문가들 역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는데요. 특히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용적률 최대 500% 상향’은 기대감과 달리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거기다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두고 정부와 여당의 발언까지 엇갈리며 대표적인 1기 신도시인 경기도 성남 분당엔 매물이 대거 늘어났고 억대 하락 거래까지 속출 중이죠.
현재 분당에선 아파트 매물이 매일 늘어나면서 연일 올해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지난 3월 9일 3380여 건이던 아파트 매물은 최근 3710여 건으로 약 10%가량 늘어났는데요. 분당 아파트 매물이 3700건을 넘어선 것은 2020년 8월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매물이 쌓이면서 하락 거래도 속출하고 있는데요. 이매동 ‘이매삼성’ 전용 127㎡는 지난 17일 13억 원에 거래됐죠.
이는 지난달 말 17억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무려 4억 원이나 하락한 가격이라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야탑동 ‘탑선경’ 전용 84㎡도 지난 18일 최고가보다 1억 4000만 원 하락한 12억 원에 매매 거래가 이루어졌는데요. 서현동 ‘시범우성’ 전용 134㎡ 역시 지난 7일 최고가 대비 2억 원 낮은 19억 원에 손바뀜 되었죠.
이처럼 분당 일대 부동산이 힘을 못쓰는 데는 정부와 여당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두고 용적률 상한에 대한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불신만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경기분당갑 후보로 나온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는 ‘제1기 신도시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분당의 재건축을 강력 추진해 세계적인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라고 밝힌 바 있죠.
안철수 후보는 20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시범아파트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주거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다른 1기 신도시인 평촌, 산본, 중동의 평균 용적률이 모두 200%를 넘지만 분당은 184%에 그친다”라고 지적하는데요.
이에 “용적률을 단지별 특성에 따라 최대 500%까지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로 끌어올려 제대로 재건축하겠다”라고 약속하죠.

1기 신도시인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5곳은 1989년 개발계획 발표 후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에 들어가며 수도권 일대의 주택부족 문제 해결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조성 시기가 빨랐던 분당과 일산 등 일부 단지는 이미 재건축 연한 30년이 지났고, 대부분의 다른 단지도 2027년이면 입주 30년을 채우게 되는데요.
지역주민들은 일찌감치 재건축·재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가장 발목을 잡는 게 바로 용적률이었죠.
신도시 특성상 애초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설계된 만큼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1기 신도시는 이미 평균 용적률이 200%를 초과한 상황인데요.

용적률 여유분이 많지 않으면, 재건축을 해도 추가로 늘어나는 주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은혜, 민주당 김동연 후보 역시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기본 300%, 일부 지역은 최대 500%까지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죠.
지방선거 후보들이 용적률 500% 상향을 주장하며 표심몰이에 나선 것과 달리 정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데요. 재건축의 키를 잡고 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원 장관은 지난 2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1977년에 지어진 아파트도 있고, 전국에서 매일 주택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특정지역에 대한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는데요.

그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서 추진하겠다”라며 1기 신도시만 특별법으로 우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였습니다.
원희룡 장관은 국토부 장관 취임을 앞두고도 “어느 특정 지역에 통으로 500%를 준다는 건 있을 수 없다”라며 “용적률이 올라가면 추가 용적률의 절반 이상은 청년이나 공공임대로 내놔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요.
재건축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후보들의 공약과는 대비되는 발언이라 논란이 되었죠.
이와 관련해 분당재건축연합 측은 “전체 지역에 용적률 500%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역세권 등 고밀개발이 가능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라며 불쾌감을 들어냈는데요.

또한 다른 지역과 달리 1기 신도시는 30만 가구 전체가 노후화된 특별한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용적률 상향과 관련해 엇갈린 메시지들이 이어지자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데요.
분당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에는 ‘그게 되겠냐’는 말이 나온다. 현 정부의 의지가 약하니 같은 당에서도 말이 다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라며 차갑게 식은 분위기를 전하였죠.
특정 지역만을 위한 법률 마련은 국민들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데요. 지나친 포퓰리즘 정책으로 끝나지 않도록 서두르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