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들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죠. 과거 가족을 볼모로 잡는 식의 단순했던 방법들이 이제는 사회적 상황에 맞게 진화하면서 ‘눈뜨고 코베이는’ 피해를 누구나 당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판사 또한 피할 수 없었다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국민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졌습니다. 최근 손실보전금 지급을 빙자한 문자,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죠.
70대 이 모 씨는 지난달 정부 금융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시중 은행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기존 연 2.3%의 대출 금리를 1%대로 갈아타게 해 준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은행 직원이라는 남성이 대출금 일부를 현금으로 주면 빠르게 대환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죠.
이를 의심한 이 씨는 금융감독원에 문의 전화를 하였지만 휴대전화에 이미 깔려있는 악성앱으로 인해 모든 통화가 보이스피싱 사기단으로 연결됐습니다.
금감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단의 전화 후 그들의 말을 완전히 믿게 된 이 씨는 남성을 만나 현금 4200만 원을 직접 건넨 뒤에야 사기당한 걸 알아채죠.
이처럼 악랄해진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법으로 선량한 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데요. 그런데 최근엔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이 되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피싱 조직이 당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처럼 속인 뒤 자금 운반책으로 삼다 꼬리가 잡혔죠.
지난달 31일 50대 여성 A 씨는 당근마켓에 아르바이트 채용 공지문을 낸 의류업체에 연락했는데요. 해당 의류업체는 피해자에게 옷 신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죠.
피싱단은 A 씨에게 시내 옷 가게를 직접 돌아다니며 새 옷 디자인에 참고할 만한 옷들을 사진으로 직접 찍어 보내라고 지시합니다.
이후 업체는 A 씨 사진이 신상품 디자인에 채택됐다고 전하는데요. 사진 저작권이 A 씨에게 있기에 직접 만나 ‘저작권을 넘기겠다’는 계약을 해야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죠.

업체가 알려준 장소에서 만남 사람은 A 씨에게 계약서가 아닌 검은 봉투 하나를 건네는데요. 성과급으로 약속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1100만 원 상당의 5만 원 권 다발이 들어 있었습니다.
돈을 받았다고 업체 측에 이야기하자 업체는 약속한 성과 뺀 나머지 돈을 다른 장소로 가서 또 다른 사람에게 건네라고 말하죠.
함께 갔던 딸과 A 씨는 이상한 낌새를 느껴 신고하였고, 출동한 경찰이 모녀와 만나 돈을 받아 가려던 사람을 현장에서 붙잡았습니다.
아르바이트인 것처럼 속인 뒤 지원자를 보이스피싱 범죄자금 운반책으로 이용한 것이죠. 최근엔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 역할을 한 10대 B 양이 붙잡히는 사건도 발생하였는데요.

B 양은 50대 남성에게 “딸이 프랑스 공항에서 납치됐다”라고 속여 현금 600만 원을 건네받으려다 경찰에 현행법으로 체포됐습니다. B 양은 고액 아르바이트 홍보 게시물을 보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죠.
지난해 발표된 ‘보이스피싱 전달책의 가담경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구직사이트를 통해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이 70%가 넘는데요.
자기도 모르게 범죄의 일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피싱 사기는 중범죄라는 점인데요. 모르고 가담했다고 할지라도 처벌 수위가 낮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며 가담하는 것만으로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법정에서 피싱 범죄인 줄 몰랐다고 주장해도 징역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만 무려 1682억 원에 달할 정도로 보이스피싱은 심각한 범죄행위인데요.
현재는 사회 전반에 보이스피싱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처벌에 대한 수위도 강력해졌지만 과거에는 구속은커녕 불구속 혹은 벌금형이 다였다고 하죠.
그런데 한 사건으로 인해 보이스피싱을 처벌하는 수위가 달라기게 되는데요. 바로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판사가 등장한 것이죠.
전직 형사이자 현재 탐정 업무를 하고 있다는 김수환 씨는 유튜브 채널 ‘까레라이스TV’에 출연해 보이스피싱 판결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구속이 된 게 ‘판사’ 한 사람이 5천만 원 피해를 당해서”라고 설명하였는데요.
그전에는 불구속이나 벌금으로 끝났던 보이스피싱 사건이었지만 피해자가 판사였던 해당 사건은 형량 2년 반이 나온 것이죠.
이것이 판례가 되어 이후 보이스피싱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는 게 김수환 씨의 설명이었습니다.

판결을 내리는 판사든, 사건을 조사하는 검사든 피해자의 마음이 되어본다면 가벼운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발언의 의도일 텐데요.
보통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범행으로 돈을 잃었다는 고통보다 속았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피해자를 어리석게 보는 주변의 시선으로 더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하죠.
하지만 냉정한 판사님도 작정하고 속이려는 이들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는데요. 보이스피싱 범죄에 피해자는 피해자답게, 가해자는 가해자답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