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아도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이 삼성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데요.
지금이야 ‘외계인을 가둬놨다’는 농담이 들려올 정도로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기업이지만, 그 출발은 상회였다는게 참 신기할 따름이죠.
심지어 이병철이 세운 삼성상회의 주력 상품은 기계와는 거리가 먼 농산물과 국수였는데요. 주력 상품이라고는 하지만 삼성상회가 자리하던 경북에서는 3위에나 겨우 드는 수준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때 이병철이 만든 ‘별표국수’ 로고에 있던 별 세개가 지금의 삼성이라는 이름의 유랙기도 하죠.
삼성은 국수 다음에는 설탕, 그 다음에는 양복으로 점차 규모를 키워나갔는데요. 보험회사와 백화점을 인수하고 중앙일보까지 창간한 다음에서야 우리가 아는 익숙한 삼성그룹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을 키워나가는 데 분야를 가리지 않았던 만큼 아직까지도 삼성이 손을 뻗치고 있는 분야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다양한데요.
현재는 최고이자 최대 규모의 기업답게 몸통인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굵직한 것들만 추려봐도 생명보험, 물산, 디스플레이, SDS, SDI, 증권, 카드, 중공업, 호텔신라까지 셀 수가 없을 정도인데요. 현재 네이버에서 ‘삼성 계열사’로 검색해서 나오는 회사만 무려 56개입니다.
여기에 협력사까지 더하면 ‘과장 조금 보태서 대한민국 절반을 삼성이 먹여살린다’는 이야기가 사실일 것 같기도 하죠.
당연히 계열사 중에서도 서열은 있게 마련일텐데요. ‘삼성맨’이라고 해서 다 같은 삼성맨은 아닌 셈입니다. 아무리 같은 기업에서 갈라져 나온 계열사라고 해도 연봉 차이가 적지 않게 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역시 ‘썩어도 준치’인걸까요.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후자이자 최저 연봉을 기록하는 곳인 삼성 엔지니어링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마저도 쿨하게 본인들이 ‘삼성의 대표적인 후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처음으로 직원 연봉이 1억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쾌거’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최초로 사업보고서가 공시된 1998년 이후 1억을 넘긴 것이 처음이기 때문인데요.
2020년에는 평균 연봉이 9,500만원에 그쳤지만 1년만에 1,500만원이 상승하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물론 1억을 넘겼다고는 해도 최상위인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그 자체에 큰 의의가 있는 셈이죠.
연봉이 오른 배경도 바람직한데요. 단순히 ‘뽀록’이 아니라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이 실제로 대폭 상승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이 1년만에 무려 39%가 넘게 상승했는데요. 구체적인 금액은 5,033억원으로 9년만의 최대 이익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5년 ‘완전 자본짐식’이라는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실적이 오르면서 부채 비율도 209%에서 195%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이 재무구조 취약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부채 200%라는 점을 생각하면 안정성 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고 할 수 있죠.
경제 전문가들도 좋은 평가를 내놓았는데요. ‘과거 무리한 해외플랜트 사업으로 자본 잠식상태에 빠졌던 삼성엔지니어링이 다시 기본설계 전략으로 돌아오면서 유의미한 수주를 따내고 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실제로도 과거의 실수를 타산지석 삼아 수주를 이어나간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세계 최대의 국영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람코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석유기업과 태국 국영 에너지기업 등 알짜배기만을 공략했습니다.
한 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중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역시 삼성전자였는데요. 삼성전자의 평균 연봉은 1억 4,4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삼성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회사 자체의 재무구조나 연봉이 좋지 못했으니 직원들이 알게 모르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좋은 전략을 통해서 연봉인상은 물론이고 재무구조 개선까지 이루어냈으니 이제는 어깨를 당당히 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