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서 탑의 위치에 있던 이가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최고였던 자신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한다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데요. 특히나 얼굴이 알려진 스타라면 더욱 주변의 시선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걸그룹 멤버로 빌보드 차트까지 입성했지만 팀의 해체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야 했다는 오늘의 주인공은 오히려 이런 상황에 더 즐기며 헤쳐나가는데요.
연예인의 체면을 내려놓고 과외까지 했다는 그녀의 고백에 많은 이들은 놀라움을 자아냈죠.
얼마 전 아들을 출산한 원더걸스의 멤버 우혜림은 벌써 데뷔 13년 차 베테랑 방송인입니다.
JYP의 연습생으로 방송계에 입문한 혜림은 우연한 기회에 인기 그룹의 멤버로 화려한 데뷔를 하게 되죠.

‘중국판 원더걸스’ 기획에 따라 중국인 멤버와 함께 연습생 생활을 하던 혜림은 원더걸스의 멤버 선미가 그룹을 탈퇴하며 대체 멤버로 선택되는데요.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관둥어까지 모두 유창하게 구사하는 혜림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뛰어난 중국어 실력에 데뷔 초반 중국인이라는 웃지 못할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요.
홍콩에 태권도장을 연 아버지 덕분에 유년 시절 대부분을 홍콩에서 지낸 혜림은 영어, 중국어, 관둥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죠.

많은 관심 속에 데뷔하였지만 인기 최고 아이돌의 교체 멤버였던 만큼 전 멤버인 선미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었는데요.
특히 원더걸스 활동 중 가장 힘들었던 미국 진출 시기에 합류한 혜림은 심적인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꾸준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원더걸스의 한 주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국내 복귀 후 ‘2DT’가 흥행하면서 최정상 아이돌의 멤버로 자리 잡을 수 있었죠.
이후 멤버 소희가 연기 활동을 위해, 리더인 선예가 결혼과 출산으로 팀을 떠났지만 혜림은 원더걸스를 끝까지 지키는데요.

2015년 원년 멤버인 선미가 합세하며 선보인 세 번째 정규 앨범에도 참여하며 원더걸스의 마지막을 함께한 최종 멤버가 됩니다.
2017년 팀이 해체하면서 가수와 배우로 각자의 길을 가는 멤버들과 달리 혜림은 학교로 돌아가는데요.
아이돌 활동으로 미뤄둘 수밖에 없었던 학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17학번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하죠.
4개 국어 능통자로 알려진 혜림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회의통역번역커뮤니케이션학과에 당당히 입학합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졸업에 의의를 두는 것과 달리 혜림은 학교생활과 학업을 1순위에 두는데요.
입학과 동시에 학교 인근의 동대문구 이문동으로 집을 옮길 정도로 학교생활에 진심을 다하죠.
1학년 1,2학기 모두 우수한 성적을 받은 혜림은 장학금까지 따낼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데요.
학업 외에도 교내 영자신문 기자로 활동하거나 외교부 주최 대학생 서포터즈에 응모하는 등 교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죠.

하루 서너 시간씩 자면서 공부했다는 혜림은 학과 조교까지 할 정도로 학교생활에 열의를 보이는데요.
혜림은 “원더걸스 타이틀로 불러주지 않을 때 일을 할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통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통번역가가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생각해 얼굴이 알려진 스타였음에도 과외와 학원강사에 도전하기도 하는데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영어과외를 했다는 혜림은 직접 대학교 익명게시판에 글을 올려 과외학생을 모집하고 수업을 진행했다고 전해 놀라움을 자아냈죠.

익명으로 올린 게시물을 통해 만난 학생들은 첫눈에 혜림을 알아보고 놀랐지만 ‘사진을 찍어달라’ 등의 요구도 없이 과외 선생님으로 대해줬다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선생님으로 대해주는 제자들 덕분에 수업은 크게 힘들지 않았지만 다른 부분이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는데요.
아리랑TV나 EBS 등 영어교육 관련 방송을 한 경험은 있지만 강사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가늠할 수 없었던 혜림은 과외비를 어느 정도 선에서 책정해야 하는지 난감했던 것이죠.
고민 끝에 혜림은 과외비를 시간당 단돈 만 원에 진행하는데요.

이후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는 주변의 조언과 과외로 돈을 버는 다른 대학생들을 생각해 ‘시간당 5만 원’으로 가격을 올렸다고 합니다.
18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한 그녀에게 직접 사회에서 부딪히는 경제활동은 생소할 수밖에 없었죠.
또 혜림은 대치동에서 초등부를 대상으로 영어강사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반을 맡은 혜림을 알아보는 학생들은 없었고 그저 ‘착하고 예쁜 선생님’이었다고 하죠.
엄격함이 아예 없어서 수업의 어려움을 겪었다는 혜림은 “믈을 마시고 오는 사이에 애들이 문을 잠가버리면 당황했다”라며 만만치 않았던 강사 경험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영어과외에 학원강사까지 하며 통번역가라는 직업에 진심을 보여준 혜림은 2018년 첫 번역작을 내놓으며 통번역가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는데요.
동시에 영화 ‘첫잔처럼’의 주연을 맡으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었죠.
통번역가, 연기자, 작가, 방송인으로 쉴 틈 없이 자신의 역량을 펼쳐나가던 혜림은 2020년 결혼을 발표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7년간 비밀연애를 한 태권도 선수 신민철과 결혼 소식을 전했는데요. 원더걸스 멤버들과 팬들의 축하 속 부부의 연을 맺게 되죠.

결혼 이후에도 관찰예능에 출연하며 남편과의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는데요. 최근 아들까지 출산하며 많은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습니다.
당당한 그녀의 성격이 최고 스타였던 과거를 내려놓고 통번역가라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통번역가이자 연기자, 작가, 방송인 또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