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에는 어떤 곳이 있을까요?
수많은 장소들이 후보가 될 수 있을텐데요. 그래도 역시 노는게 제일 좋은 뽀로로같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장소는 놀이동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놀이동산에는 회전목마에 범퍼카, 청룡열차, 솜사탕까지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가득 들어차 있죠.
그만큼 입장료도 비싼 편인데요. 4인 가족이 에버랜드에 한 번 다녀오려면 적어도 30만원은 깨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용객들에게 돈을 받기는 커녕 사장이 돈을 쏟아 붓는 놀이동산도 있다고 하는데요. 2020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것도 모자라 적자를 메꾸기 위해 아파트까지 처분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바보같으면서도 감동적인 행동을 하는지 사장의 정체가 궁금한데요.

바로 배우 임채무와 그가 세운 놀이동산인 ‘두리랜드’가 사연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가 놀이동산을 개장한 것은 지난 1990년의 일이었는데요. 처음 문을 열고 두리랜드가 벌써 33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34년 동안 입장료만 제대로 받았어도 억만장자 소리를 들었을 것 같은데요. 임채무는 30년 동안이나 무료로 사람들을 놀이동산 안에 들여보냈습니다.
적자가 심해지면서 시설 보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0년부터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는데요. 그나마도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착한 가격이죠.

누가 보더라도 땅에 돈을 버리는 미친 짓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데요. 그렇지만 임채무는 ‘두리랜드’를 찾는 어린이들의 얼굴 하나만으로 34년을 버텨왔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게 세상 무엇보다도 행복하다는 것이었죠.
오히려 임채무는 7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건강한 비결이 바로 이런 아이들의 모습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직함은 ‘두리랜드’ 회장이지만 놀이동산 안에는 개인 사무실은 고사하고 그의 책상 하나도 없는 상황인데요. 매일같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서울 자택에서 양주시에 있는 ‘두리랜드’까지 출근하는게 하루 일과의 시작입니다.

시설 유지비용부터 직원들 급여까지 나갈 돈은 많지만 들어오는 돈은 하나도 없었는데요. 그러니 개장 이래로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지만 최근 들어 재개장을 하기까지가 가장 큰 위기였다고 합니다.
기존의 ‘두리랜드’는 실외에만 시설이 있는 야외 놀이동산이었는데요. 실내 시설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고민 끝에 결국 2017년 휴장을 결정했습니다.
‘두리랜드’의 문을 닫아버리고 실내 시설을 새로 짓기 시작한거죠.
당연히 적잖은 돈이 필요했는데요. 평생 연기를 하면서 모아온 돈으로 장만한 여의도 아파트 두 채를 모두 처분해 실내시설을 짓는데 투자했습니다.

정말 보통 각오가 아니라면 생각조차 어려운 결단인데요. 이렇게 큰 결심을 한 그는 오히려 ‘이제는 비오는 날에도 올 수 있다’라며 웃어보일 뿐이었죠.
아파트를 팔 때도 당연히 주변의 만류를 뿌리쳐야만 했는데요. 한창 아파트 가격이 치솟던 시기인만큼 그의 투자를 말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아파트를 처분한 그에게 또 다른 시련까지 찾아왔는데요. 2020년 공사를 끝내고 재개장을 하려는 타이밍에 코로나가 터져버린 것이었습니다.
원래도 비나 눈이 오면 ‘두리랜드’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요. 코로나 때는 실내공간을 마련하고 나서도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재개장을 하면서 현재 ‘두리랜드’의 입장료는 소인 3만원, 대인 2만원인데요. 놀이동산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을 갚고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지간한 키즈카페 입장료를 생각하면 이것도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죠. 임채무는 ‘나도 사실 남는 것이 없다’라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그의 정성이 사람들에게 먹혀들기 시작한 모양이었는데요. 부모들 사이에서 ‘두리랜드 만한 가성비가 없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를 배우 임채무로 보기보다 ‘두리랜드’ 대표로 보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죠.

긍정의 아이콘이자 21세기 방정환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임채무의 최근 걱정도 남다른데요.
저출산 시대가 찾아와 4인 가족을 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그의 걱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두리랜드’에 대한 그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는데요.
그냥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매일 보면서 여생을 살아가겠다는게 그의 바람이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아파트까지 처분하면서 놀이동산을 살리려는 그의 모습에서 아이들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는데요.
임채무의 바람처럼 ‘두리랜드’를 찾아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계속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