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당연히 부자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떠오를텐데요. 그렇지만 긍정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더 많습니다.

‘부모 잘 만난 금수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죠.
내가 개인적으로 재벌들을 알고 지내는 사람은 아니다보니 그 사람의 막연한 이미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요.
연예인은 아니지만 유명인인 만큼 요즘 재벌 중에서는 이미지 메이킹에 어느정도 신경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것은 아닌데요. 방향을 잘못 잡았거나 너무 티나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티가 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죠.

친근한 이미지를 주려다 좋은 소리를 못들은 재벌로는 신세계의 정용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는 오히려 너무 SNS를 열심히 한 탓에 좋지 못한 소리를 들은 케이스로 유명합니다.
오죽하면 주주들 중에서는 ‘제발 SNS 좀 그만하라’라며 간곡하게 부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죠.
그렇다면 반대로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재벌은 누가 있을지 그 점도 궁금한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정용진의 동갑내기 사촌 형제이자 삼성의 총수인 이재용이 ‘호감가는 재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재용은 오히려 SNS도 따로 하지않고 그렇게 눈에 띄는 행보를 즐기는 편도 아닌데요. 그냥 가만히 본인이 할 일만 하면서도 ‘한국인이 사랑하는 재벌 1위’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재용은 삼성전자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지위를 높여 취임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가 삼성전자의 수장이자 그룹의 총수가 된 지도 벌써 반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5월 취임 200일을 맞이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는데요. 이에 한 리서치 업체에서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뉴스와 커뮤니티, 인터넷 카페, 유튜브까지 12개 채널의 23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했는데요.

해당 리서치 업체는 분석 과정에서 이재용의 취임 전 데이터와 비교한 현재의 국민 호감도를 함께 조사했습니다.
부회장이 회장이 된 것이 무슨 큰 대수라고 호감도까지 변하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그렇지만 조사 결과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업체에서는 이재용의 취임 전 200일 간의 호감도와 취임 후 200일 간의 호감도 변화를 파악했는데요. 취임 전 이재용의 호감도는 긍정률 34%, 부정률 24.3%를 기록했습니다. 긍정률과 부정률의 차이인 순호감도는 9.61%였죠.
반면에 취임 후에 보여준 수치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긍정률 36.6%, 부정률 22.6%, 순호감도는 13.9%로 순호감도가 5%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회장 취임을 했다고 해서 이재용이 딱히 뭔가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수감생활까지 할 정도로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죠.
그렇다면 그의 호감도가 상승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업체에서는 호감도 상승의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했습니다.
첫번째 키워드는 ‘의외의 검소함’이었는데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그는 의외로 소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던 전용기를 팔고 일반 항공기를 타고 다니는 점이나 중고 국산차를 구입한 점은 이미 유명하죠.

패션 아이템도 호감도를 높이는 장치 중 하나였는데요. 실제로 이재용이 즐겨 신기로 유명한 스케쳐스 운동화는 11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입니다.
본업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도 한 몫을 했는데요. 삼성전자는 최근 용인 일대에 무려 3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투자 소식에 용인 일대의 아파트값이 뛰어오르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죠. 대규모 투자가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국가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 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셈입니다.
이렇게 삼성이 뭔가 지역 사회나 국가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이재용의 호감도도 같이 오른거죠.

마지막 키워드는 ‘MZ 세대와의 소통’이었는데요. 취임 후 이재용은 지역별로 삼성의 사업장을 찾아 MZ 세대 직원들과 만남의 자리를 꾸준히 가져왔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세대간 거리를 좁히려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는데요. 지난 2월 수평 호칭 가이드를 공지한 것이었습니다.
과장님, 부장님, 회장님 같은 직급 호칭을 과감히 없애버린 것인데요.
덕분에 삼성의 말단 직원도 이재용을 그냥 ‘Jay’나 ‘JY’로 부를 수 있게 되었죠.

1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이재용에 대한 관심도가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하는데요.
요란하게 자기 PR을 하기보다는 조용하지만 방향을 잘 잡는 편이 더 낫다는 걸 보여준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