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고 있죠. 물가답지 않게 양심적으로 음식을 파는 식당들을 보면 어른들이 꼭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건물주라 임대료가 안나가나보네’라는 말인데요. 실제로 원가계산을 하게되면, 인건비나 재료보다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큰 편입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해 수많은 가게들이 ‘매출 반토막’이라는 악몽같은 시기를 보내면서 과도한 임대료에 대한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소상공인들의 매출액은 크게 줄었지만 임대료는 거의 변동이 없는 수준이었는데요.
강남역과 명동, 연남동, 종로를 비롯한 150개 주요 상권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한 결과, 7500개 점표의 임대료는 1제곱미터 당 평균 5만 4천원 수준이었습니다.
작년 평균 임대료가 5만 43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겨우 0.7%가 하락한 셈이죠.

주변에서 속속 코로나 사태에 대한 동참으로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깎아주는 ‘착한 건물주’의 미담이 들려왔지만, 현실은 많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상가 평균 전용 면적은 65제곱미터 정도로 정해져 있는데요.
이 기준을 적용하면 상가에서 한 달에 지출하는 임대료만 평균 350만원 정도에 달합니다.
장사가 아무리 잘 되더라도 350만원은 이미 없는 돈인 셈 치고 장사를 하는 것이죠.

이러니 코로나 사태로 인해 폐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임대료가 가장 살인적인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서울의 유서깊은 상권지역인 명동입니다.
명동 임대료는 1제곱미터에 21만원으로 평균치의 4배에 달하는데요.
2위인 인사동 면적당 임대료가 9만 500원인걸 생각하면 격차도 엄청난 편입니다.

명동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무려 1372만원인데요. 그 비싸다는 인사동과 강남역도 580만원 선이라 명동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로 한 때 명동거리는 절반 가량이 임대 안내판을 내붙였을 정도였는데요.
중국인 관광객도 없고 영업제한까지 시행되니 도저히 천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내면서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죠.
부동산 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소상공인들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인만큼, 임대료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착한 건물주 운동이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움직임이 미미했고, 아예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지 않은 지역이 훨씬 많다는 것이죠.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역 같은 경우 임대료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상인들이 빠져나가 빈 점포가 많아지면 임대료가 떨어지는 것이 정상인데요.
강남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떨어뜨리느니 차라리 공실로 내버려두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거죠.

서민들은 살기 힘들어졌지만 오히려 건물가격은 급등하는 흐름이 이어지니 공실이 생겨도 매매가가 올라 타격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강남역 역세권 건물들은 코로나 이후 더욱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평당 가격이 4억원이 넘게 올랐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2억원도 채 되지 않았죠.
비와 김태희가 지난 2021년 강남역에 있는 빌딩을 매각해 시세차익만 71억을 본 이야기는 이미 유명합니다.
한 편, 이런 움직임으로 소상공인들이 맥을 못추는 시간이 길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피해지원금 추가 지급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피해 규모나 업종에 따라서 피해지원금 차등 지급이 이루어질 예정이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경제 손실만 54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과연 지원금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결국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셈인데요.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시장경제는 급속하게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내 주머니 챙기는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과한 욕심으로 시장이 무너지면 돌고 돌아 결국 건물주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겟죠.
이상기온에 전쟁까지 겹쳐 물가가 부쩍 치솟는 시기인 만큼,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착한 건물주’가 더 많이 늘어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