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의 직장’이라 불리며 수도권 일반직 공무원의 경쟁률이 ‘수백대 일’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학원의 메카로 불리는 노량진에는 ‘공시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하죠.

과거에 비해 요즘 ‘공무원’은 그 인기가 한껏 시들해졌는데요. ‘워라벨과 삶의 만족’을 중요시하는 세대로 넘어오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인사행정학회의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공개되었는데요. 이 조사는 MZ세대라 불리는 1980년대초 ~ 2000년대 초 출생의 5~9급 공무원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120명 가운데 83.3%는 ‘공무원도 민간기업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편익을 지향하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공무원을 ‘국민 전체 봉사자’로 규정하고 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현행 공직자 복무 규정’과는 전혀 동떨어진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쉽게 얘기하면 공무원이 더 이상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자가 아닌 ‘경제 활동을 위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설문조사에 볼멘 소리도 여기저기 터져나왔는데요. 핵심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최근 ‘3요’ 태도로 일관하는 젊은 사무관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3요’는 ‘이걸요? 제가요? 왜요?’를 말하는데요. 부처간 협업이 필요한 일에도 책임감 없는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MZ세대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죠.
여기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한민국 공무원 동사무소’라는 글 또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자신을 동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9급 공무원이라고 밝힌 그는 ‘부캐로 한달에 600만원씩 번다’라고 글을 이어갔는데요.
‘월 200만원 버는 것을 합치면 800만원인데, 취미 생활하며 하기에 이만한 직업이 없다’라고 소개했는데요. 여기서 이만한 직업이라면 ‘공무원’을 말하죠.
그만큼 나라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행정 시스템의 구성원인 요즘 젋은 공무원들이 가지는 ‘직업에 대한 가치’의 웃픈 현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의 의견은 크게 두 반응으로 갈렸는데요.

‘요즘 애들은 지 밖에 모른다’ ‘꼰대로 봐도 어쩔 수 없지만 같이 일해보면 열불 터진다’라며 MZ세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고유의 특징이 있고 거기에 적응해야하는데 ‘최소한의 직업 윤리와 가치’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조직 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한다는 것이죠.
반면 ‘시대가 바뀌었다’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문화 속에서 ‘달라진 관료주의와 공무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공직 기강 해이가 만연하다는 뉴스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국민들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준 ‘잼버리 대회 파행’을 꼽을 수 있죠. 4만여명이 참여한 세계적인 축제가 온갖 논란으로 폭망해버렸습니다.
대회 준비부터 마지막까지 대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조직위원회를 비롯해 많은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와 발언으로 인해 국민들은 큰 분노를 느껴야 했습니다.
1년 전부터 지적했던 문제를 당시에는 ‘준비는 완벽하다’라며 자신감을 뽐냈는데요. 상황이 터지자 ‘지금은 철저한 대응으로 역량을 보여주어야 할 때’라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이외에도 ‘공무원 점심시간은 2시간?’이라며 낮잠을 자는 공무원의 모습이 폭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진도군청 한 팀장급 공무원은 지역 상품권을 위조한 뒤 주민들에게 불법 유통했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죠.

실제로 근무는 하지 않고 야근 수당과 각종 복지수당을 챙겨가는 공무원이 적발되며 ‘도 넘는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와 사건 사고’가 뉴스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습니다.
한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이라는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공직자들이 순환근무제 등 구시대적인 인사 시스템을 거치며 ‘전문성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한 나라의 근간인 행정 시스템이 무너질 것을 걱정하면서 ‘성과 평과와 함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로드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얼마전 일본에서 연봉 대폭 인상과 주4일제라는 파격적인 조건에도 ‘공무원은 안해요’라는 소식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왠지 남의 나라 일 같지 않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