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큰 이정표라고 하면 ‘4.19 혁명’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그 정신을 계승하자는 헌법 전문에도 수록되어 있죠. 하지만 가슴 아픈 우리나라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이 별세하며 각계 각층의 조문이 이어졌는데요.
연예인 중 유일하게 가수 노사연이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가 마련된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노사연 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주도자’라는 폭로글이 SNS에 올라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노사연은 언니 노자봉과 함께 과거 이모인 고 현미의 장례식 때 조의를 표해 준 것을 감사하기 위해 빈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언니 노자봉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당시 지원 유세를 하며 ‘윤석열 꼭 당선 시켜 달라’며 호소한 것도 다시 회자되었습니다.
정치 성향과는 무관하게 조의를 받았으니 당연히 빈소를 찾아 조문과 함께 위로를 건네는 것이 도리일 수 있는데요.
문제는 노사연 자매의 아버지인 ‘노양환’의 과거 행적에 대한 폭로글이 올라오면서 일파만파로 논란이 퍼지고 있습니다.
‘노사연 노사봉 자매의 아버지는 노양환 상사’라는 글을 올린 사람은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인데요.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양환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인물’이라며 글을 이어갔습니다.
노양환은 당시 경남 마산 지역의 민간인 학살 사건을 주도한 특무대(CIC) 마산 파견대 상사였다라고 합니다.
당시 각 지역 특무대 파견 대장은 중령으로 실직적인 현장 책임자는 상사였다라고 말했죠. 그 상사가 바로 노양환 상사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유족들은 4.19 혁명 직후 결성된 피학살자 유족회에서 학살에 책임이 있는 11명을 고발했는데요.

이 중 노사연의 아버지인 노양환 상사도 피고발인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마산 국민보도연맹원 학살을 최일선에서 지휘한 핵심 인물로 지목되었던 것이죠.
이후 노양환 상사의 행적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하는데요. 다만 그의 딸인 가수 노사연이 1990년 한 스포츠신문에 쓴 글을 통해 강원도 화천으로 전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1950년 6~8월에 걸쳐 경남 마산 일대에서 벌어졌는데요. 비무장 민간인 수만명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불법 체포되어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 당한 사건입니다.
‘국민보도연맹’은 1948년 이승만 정부가 우익으로 전향한 과거 좌익 인사를 관리할 목적으로 조직한 반공단체인데요.

공산주의 정당인 ‘남로당’을 약화시키고 좌익 성향인사를 전향시킨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당시 경찰이 각 서에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아무 관련이 없는 민간인들까지 무분별하게 가입 시켰는데요.
이후 이승만 정부는 1950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북한과 내통을 우려’해 보도연맹원들을 학살했습니다.
공식적으로 파악된 학살 피해 사망자만 4934명으로 밝혀졌는데요. 민간인 학살 피해의 경우 추정치는 연구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20만명에서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더욱 끔찍한 것은 경찰과 군인뿐만 아니라 ‘우익단체’도 학살에 가담했다는 것인데요.
민간인으로 조직된 ‘서북청년단’ 우익단체는 ‘빨갱이’ ‘통비분자’로 몰아 같은 민간인을 학살한 것입니다.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한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생업에 충실한 민간인들이었습니다. 정말 천인공노할 만행이며 우리나라의 역사의 큰 아픔입니다.
2006년에는 경찰청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과거 경찰이 학살에 가담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는데요.

‘국민보도연맹’과 관련해 집단 처형과 학살에 동원된 인력은 경찰 1081명 군인 5157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10월 이 사건을 비롯해 ‘과거 국가권력의 불법 행위’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사과하였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의 아픔이지만 잊어서는 안될 역사인데요. 노사연 자매의 어찌 보면 당연했던 ‘조문’이 엄청난 논란을 키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