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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ne 16, 2021

줄서서 먹었던 가게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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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 특징 중 하나는 한 가지 업종이 매우 빠르게 유행한다는 점입니다. 빙수가 유행하면 너도 나도 빙수 전문점에 뛰어들고 마라탕이 유행하면 마라탕 창업이 늘어나는 식인데요. 때문에 전국에 100 ~ 200개면 충분한 가맹점이 천 개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렇게 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다 같이 수익 악화를 겪으면서 결국 폭망의 지름길로 가게 되는데요.

2016년 전국을 휩쓸 간식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즉석 핫도그인데요. 쌀가루를 입혀 튀긴 쌀 핫도그를 기본으로 하는 명랑 핫도그는 단돈 천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습니다.

부산에서 시작한 명랑 핫도그는 입소문을 타고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며 대한민국 대표 핫도그로 자리매김하는 듯하였으나, 의외의 복병에게 발목을 잡히고 마는데요. 명랑 핫도그의 인기를 발판 삼아 이름 그대로 베낀 유사 업체가 범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제로 명랑 핫도그 이후 유사한 핫도그 전문 브랜드가 10개 이상 생겨났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정보 공개서에 따르면 불과 1년 동안 비슷한 이름을 한 즉석 핫도그 전문 브랜드가 9개나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들 업체는 모두 기본 핫도그의 가격을 천원 정도로 책정하는 것은 물론 인테리어와 콘셉트까지 따라 했는데요. 이와 함께 이들 업체가 내놓은 가맹점의 수만 해도 천여 개가 넘었으니 핫도그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고 원조 격인 명랑 핫도그를 구분하기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자연스럽게 핫도그 열풍은 사라지게 되고 마는데요.

단기간에 콘셉트만 베껴 수십 개의 가맹 계약을 맺는 업체들은 그렇게 모두 업계를 떠나는 결과를 맞이합니다. 나도 나도 따라 하다 보니 정작 핫도그 붐을 일으킨 장본인인 명랑 핫도그만 피해를 입은 셈인데요.

다만 명랑 핫도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 결국 2018년 하반기에는 미국까지 진출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0년 문을 연 저가 생과일주스 전문 업체 쥬씨는 1500 ~ 2800원 수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큰 용량으로 순식간에 많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개인 창업을 한 윤석제 쥬씨 대표는 2015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했는데요.

번화가와 대학 근처 지점엔 손님들이 줄을 섰고 2017년까지 가맹점 수가 820개로 저가 생과일주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윤 대표는 가맹점이 급속도로 늘어나는데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는데요.

2015년부터 진한 주홍색 간판과 인테리어, 상표, 외관, 메뉴, 가격 등 모든 것을 쥬씨와 비슷하게 만든 유사 브랜드가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1년 만에 업계 추산 20여 개의 브랜드가 생과일주스 시장을 두고 경쟁을 펼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쥬씨가 호황을 누리면서 유사 브랜드 업체는 일회용 컵에 빨대가 꽂힌 쥬씩 고유의 픽토그램과 컵홀더 문구까지 비슷하게 만들어냈지만 100% 동일한 이름이 아닌 이상 법적으로 제재하기 힘든 데다 원조를 검증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쥬씨로서는 이에 대해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유사 브랜드들이 생겨나도 원조 브랜드는 속수무책으로 함께 경쟁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지요. 결국 대한민국 음료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쥬씨는 법인 설립 3년 만에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실적은 장기화된 경제 침체나 브랜드 문제 등 다른 이유들도 작용한 결과겠지만 도를 넘어선 히트 브랜드 베끼기로 인한 타격 또한 한몫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거 같습니다.

살짝 촌스러운 작명 센스와 특유의 독특한 내부 인테리어, 그리고 감자튀김, 치즈스틱 등 간단한 안주를 메뉴로 내세워 생맥주를 판매하는 일명 스몰 비어 업계는 2011년 봉구 비어가 포문을 열면서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부터 상표에서 그자를 하나 바꾸고 메뉴나 가격, 내 외관을 흡사하게 만든 스몰 비어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봉구 비어의 성공궤도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데요. 실제로 한 블록 건너 하나씩 볼 수 있을 만큼 많이 생겨난 스몰 비어 가게들의 내면은 자세히 살펴볼수록 황당했는데요.

3000 ~ 8000 원하는 안주 가격부터 심지어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는 비닐장갑이나 가격, 바를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 등 세심한 부분까지 모두 원조를 따라 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눈만 돌리면 ㅇㅇ비어라는 간판을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봉구 비어가 자신만의 고유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찌 보면 시간문제였던 셈입니다.

실제로 2014년 9월에 열린 제32회 프랜차이즈 산업박람회에 참가한 스몰 비어 브랜드는 12개로 단일 업종으로는 치킨을 누르고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서에 등록된 스몰 비어 관련 프랜차이즈 업체만 약 4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유사 상표의 홍수 속에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면서 스몰 비어의 인기는 사그라들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원조 봉구 비어는 유사 브랜드 난립에도 꾸준한 노력 끝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웠던 유사 브랜드들은 현재 대부분 폐업하거나 사실상 가맹사업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가장 유명한 분식집 이름하면 김밥천국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요. 당시 천 원 김밥이라는 메뉴를 내세우며 2002 ~ 2003년 당시 가맹점이 무려 100개에 달했던 것은 물론, 매장 순수익이 한 달에 2000만 원에 달하는 점포도 있을 정도로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던 김밥 천국은 현재까지도 저렴한 분식집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보고 있는 김밥천국은 그 이름이 같다고 해서 다 같은 김밥천국은 아니었습니다. 김밥천국의 창업자 이인철 씨는 공장에서 가공된 재료를 납품받지 않고 점포에서 직접 재료를 가공하는 식으로 원가를 절감하여 천원 김밥을 탄생시켰고 이 박리다매 전략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를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화 하기 위해 1998년 김밥천국의 상표권을 신청했지만 대한민국 특허청으로부터 식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당시 특허청에서는 ~나라, ~월드, ~ 마을, ~ 천국처럼 식별력이 없다고 심사에서 거절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이미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던 김밥천국의 경우 상표만 봐도 누구나 상품과 서비의 내용을 직감할 수 있어 특허청의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김밥천국이 상표권을 획득하지 못한 절호의 기회를 경쟁자들이 놓칠 리 없었는데요.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정확히 똑같은 김밥천국이라는 상표를 내건 유사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유사 점포의 음식 질이 나쁘면 소비자들이 진짜 김밥천국 측에 전화를 걸어올 정도였지만 마땅한 대응 수단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하루가 다르게 이미지가 나빠지게 된 김밥천국은 사양길에 접어들게 되었고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최초 창업자 이인철 씨는 2013년 모든 지분을 처분하고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어느 분야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유명한 외식업계.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좋은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남이 하는걸 그대로 베끼는 것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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