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구 압구정동은 90년대 오렌지족과 야타의 고향이자 고급 아파트들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대략 지난 1976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해서 한강 라인을 따라 대규모 단지들이 들어서며 강남의 전성기를 가장 선두에서 이끌어 온 강남의 원조 부촌입니다.

그만큼 이곳의 아파트들은 현재 지어진지 거의 5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합니다.
지난 2000년을 전후해서 한국에서 수입차들이 본격적으로 늘어가기 시작할 때 압구정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가면 수입차들 특히 벤츠와 렉서스가 너무도 많이 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보였던 렉서스 ES300 모델은 강남 소나타라는 별명을 가지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동네로 또 한 번 세간의 집중을 받기도 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게 도저히 상상이 잘 안되는 얘기일 수도 있겠으나 그때는 압구정동이 지금의 홍대와 가로수길을 합쳐놓은 수준의 진짜 핫플레이스 중 가장 뜨거운 성지였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새 차를 뽑으면 새 차 스티커도 떼기 전에 가장 먼저 향했던 곳이 바로 압구정 로데오 길이였습니다.

그런 로데오 길을 동네에 가지고 있고 한국 최초의 맥도날드 매장이 압구정동에 있었고 여기에 당시 가장 핫했다는 갤러리아 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을 모두 동네에 가지고 있었던 압구정동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발전된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압구정동에 아파트들은 대한민국에서 비쌌으면 가장 가장 고급스러운 건 당연했는데요.
그런데 이런 압구정동의 아파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 낯설고 이상한 특징을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바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히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라서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대치동이나 도곡동의 아파트들에게서는 목적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구멍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유독 압구정동에 있는 이들 고급 아파트들만 그 구멍들이 있는데요.

이 구멍은 보통 아파트 중간층 높이인 6 ~ 7 층 정도에 위치해 있으며 음각 피라미드식으로 사각형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그 형태가 안으로 가면서 점점 작아지면서 들어가는 것인데요. 그 구멍 안에는 어떤 공간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더 호기심을 끄는 건 아파트 내부 어디로든 그 내부 공간으로 통하는 길이나 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군 복무를 충실히 한 한국 남자분들이라면 저 구멍이 어떤 용도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을 텐데요. 이 구멍의 진짜 용도는 바로 기관총 벙커입니다.
음각 피라미드식으로 움푹 들어간 형태만 보아도 과거 2차대전 때 독일군이 지었던 벙커들의 모습과 매우 똑같은데요.

사실 압구정에 있는 아파트들은 군사시설로 분류되어 있는데 유사시 해당 층의 복도에서 벽을 깨고 들어가 기관총을 설치해 밖을 향해 ㅆ는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왜 멀쩡한 아파트에 그것도 압구정동의 고급 아파트에 생뚱맞게 기관총 벙커가 설치되었을까요?
그건 바로 압구정 아파트들의 위치와 관계가 있습니다. 1970년대 압구정의 아파트가 들어서던 그때까지는 평창동, 연희동, 성북동, 한남동 등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부촌들은 모두 강북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아직 한국 전쟁이 끝난지 채 20년도 안된 상황이었으며 언제든 북한이 다시 쳐들어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만연했던 시절이었는데요.

그리고 실제로 북한이 쳐들어 올 경우 강북은 만약 한강 다릭 끊어져 버리면 달리 피난 갈 곳이 없어 꼼짝없이 고립되어 버리는 매우 심각한 지리적 리스크를 안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남동에서 고작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압구정동은 그런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이었습니다.
그건 분명 지금으로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엄청나게 큰 메리트였으며 정부가 그때 당시 강남을 서울로 편입한 이유도 바로 북한군의 공격에 대비하여 인구와 주요 시설들을 분산시키고 한강 이남 쪽 라인에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한강 남쪽에 아파트들을 대거 지으면서 동시에 그곳을 요새화할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요.
이때 지어진 것이 바로 현대의 압구정동 아파트들입니다. 이 아파트들은 한강 라인을 쭉 따라 줄지어 위치하는데요.

때문에 이때 지어진 모든 복도식 아파트들은 대부분 그 복도가 한강을 향해 지어져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15층 건물 북쪽 면 전체가 거대한 사격 용 벙커가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복도식이 아닌 계단식 아파트들은 건물 중간중간에 기관총 벙커를 만들어 놓아 유사시 기관총 사수가 그곳으로 들어가 총을 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그런데 서울 한복판 혹은 우리 주변에는 이와 비슷한 군사시설들이 꽤나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서울의 높은 건물들 옥상에는 대부분 대공포 무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부대가 항상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를 일명 빌딩 GOP라고 부르기까지 하는데요.

대한민국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법에 따라 높이가 200미터가 넘는 서울시내 건물들 옥상들은 대공방어 협조 구역으로 지정되어 대공 군사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20mm 벌컨포와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채, 적기 격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가장 높은 유명한 건물들 옥상에는 대부분 이 대공 GOP가 설치되어 있다고 하니 매우 놀라운데요.
예전에는 63빌딩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기 때문에 그곳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철거되어 현재는 코엑스 무역 센터,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그리고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의 옥상에 설치되어 운용 중에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 초고층 건물 옥상에 대공포 부대가 게다가 그곳에 항시 상주하며 복무하는 실제 군인들이 있다는 얘기는 그냥 지어낸 얘기인 걸로 치부된 적 있는데요.
그러다 2005년 용산구에 있는 32층짜리 건물 옥상으로 기중기로 거대한 대공포를 끌어올리는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보이는 길 옆에 거대하고 높은 광고판들 뒤에도 대공 무기들이 설치되어 유사시 공격용 벙커로 사용한다는 설이 있었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습니다.

대신 자유로나 서울 이 북쪽 여러 도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도로 위 거대한 광고판들은 사실상 대전차 방호벽을 위장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실제로 유사시 북한의 전차들이 남하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