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매월 아내 명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고 아내는 그걸로 살림을 꾸리고 재테크도 하는 것이 우리나라 일반적인 외벌이 가정의 모습인데요.

가계는 경제공동체이며, 부부 재산은 ‘공동재산’이라는 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었죠.
하지만 세무당국의 시각은 다른데요. 생활비 이체는 물론 예·적금, 펀드, 주택 등 아내 명의로 생기는 모든 재산을 증여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아내 명의의 고액 재산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뿐만 아니라 덩달아 매월 이체되는 생활비까지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사업가 A 씨는 최근 급등한 종합부동산세를 줄여볼 생각으로 공시가격 4억 원가량인 아파트 한 채를 아내에게 증여했습니다.
기존 세법에 따르면 부부간에는 10년간 6억 원까지는 증여세가 면세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판단이 있어서였는데요.
하지만 국세청은 A 씨가 과거 10여 년간 생활비 목적으로 아내 명의 계좌에 이체한 돈도 태반을 현금 증여로 판단한 것이죠.

아내가 생활비 지출 외에 재테크를 한 것도 화근이 되었는데요.
국세청 관계자는 “남편이 보내준 돈으로 아내가 예·적금,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했을 경우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매월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800만 원까지 이체했는데, 국세청은 이 중 약 5억 원을 현금 증여로 보고 아파트까지 합쳐 약 10억 원을 증여 재산으로 보았는데요.
면세 한도 6억 원을 뺀 4억 원가량이 과세 대상이 되었고 A 씨는 6000만 원에 가까운 증여세를 부과하게 됩니다. 결국 종합부동산세를 줄여보겠다고 한 행동이 훨씬 많은 증여세로 돌아오게 된 것이죠.

생활비 이체뿐만 아니라 남편이나 아내 명의로 된 카드를 쓰는 것 또한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는데요.
보통 부부 사이에는 든든한 경제력을 갖춘 남편이나 아내의 카드를 사용하거나 서로의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죠.
가벼운 지출까지는 각자의 카드를 공유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일정 금액을 넘어서는 순간 국가에 증여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합니다.
한쪽 명의의 신용카드를 상대방에게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행위 자체가 ‘증여’로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들어 국세청의 태도가 엄격해지면서 A 씨처럼 뜻하지 않게 증여세를 부과 받아 곤란을 겪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국세청 관계자는 “생활비로 쓴 돈은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빼준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그리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일단 증여세가 부과된 뒤에는 생활비로 썼다는 걸 소명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고 소명해도 통하지 않아 결국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여럿 있다고 하죠.
이에 전문가들은 예방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부부가 카드를 공유해 사용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 명의로 된 카드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특히 외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생활비를 이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인출해 주거나 돈을 버는 배우자의 카드로 관리비, 식비 등의 생활비 등을 모두 결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죠.
또한 재테크를 할 때에도 실제 돈을 버는 사람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증여세가 전체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회원국의 7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높은 것은 물론 지난해 다주택자와 단기거래자에 대한 보유세, 양도세가 인상되어 증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 또한 원인이 되었죠.

이에 정부는 내년 상속증여세수가 13조 1260억 원으로 올해보다 1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사회통념상 부부간의 생활비까지 증여세를 과세한다면 국민들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요즘은 검찰청보다 국세청이 더 무섭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행정 편의를 위해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과세 관행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