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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23, 2022

엄마 말 안듣고 반지하에서 자취하다가 정신병 걸리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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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지상에, 반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주거공간을 보통 ‘반지하’라고 하죠.

1970년대 혹시 모를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건축법을 개정해 전시에 방공호 또는 진지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는데요.

당시에는 창고 용도 등으로만 사용했던 반지하였지만 도시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며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가난한 사람들이 그곳에 세를 들어 살기 시작하며 반지하의 비극이 시작됩니다.

지하실을 개조해서 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합법은 아니었는데요.

수도 서울의 급격한 팽창에 반해 충분한 주택 공급이 어려웠고 정부는 이를 묵인하다 1990년대 초반에는 아예 합법화해버리죠.

반지하의 많은 단점에도 전월세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저소득층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반지하에 살아보았다는 경험담을 주위에서 자주 들을 수 있죠.

한때 MBC 예능국 막내 PD로 근무하다 2012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성호도 한 유튜브 채널에서 과거 반지하에 살았던 경험을 전했는데요.

그는 “빛도 잘 안 들어오는 곳에서 일만 하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졌고 잠을 못 잘 정도로 기침을 많이 했다”라며 “결핵에 결려 피까지 토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인기 웹툰 작가 기안84도 과거 만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상수동 반지하 방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기안 84는 “곱등이도 나오고 곰팡이가 풀 자라듯 올라왔다. 햇빛을 못 봐 우울해지더라”라며 반지하 경험을 털어놨죠.

반지하는 볕이 잘 들지 않아 대낮에도 깜깜해 항상 불을 켜놓아야 합니다. 거기다 습도가 높고 환기도 잘되지 않아 곰팡이가 번지기 좋은 환경이죠.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상상이상의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는데요.

심한 곳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빵에도 곰팡이가 피는가 하면 옷이나 이불은 물론 쌀에도 곰팡이가 피는 대참사가 일어나는 곳도 있죠.

당연히 빨래도 잘 마르지 않고 반지하 특유의 오묘한 냄새가 옷은 물론 머리카락까지 침식하기도 합니다.

벽에 있는 작은 창은 길바닥에 붙어 있어 골목을 다니는 사람들의 발을 항상 보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밖에서 방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다 보니 마음 놓고 열지 못하죠.

게다가 도로변에 있는 반지하의 경우 자동차 매연에 시달려 낮이고 밤이고 환기하는 것조차 힘들 지경인데요.

당연히 배기음이나 오토바이 소음 또한 굉장히 크게 들릴 수밖에 없죠.

더불어 온갖 먼지와 외부 이물질, 특히 바퀴벌레나 쥐가 들어오기 쉬운데요. 집안에 곤충박물관을 열어도 될 만큼 다양한 종류의 벌레를 볼 수 있다고 하죠.

반지하는 여름이 되면 헬게이트가 열립니다. 비가 그대로 들이치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 ‘기생충’의 장면처럼 홍수가 나면 오수가 역류해 물이 잠기는 일도 허다하죠.

거기다 장마철 습기까지 더해져 반지하의 여름은 고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과거 연탄보일러를 쓰던 시절엔 보일러실에서 나온 가스가 반지하로 스며들어 가스 중독 사건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고 하죠. 거기다 구조 상 방범이 허술해 도둑이 드는 경우 있어 범죄 노출의 위험이 높습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반지하는 처절함과 비참함을 나타내는 코드로 사용되었고 실제 영화 ‘기생충’에서도 주인공 가족의 입장과 빈민층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표현되었죠.

해외에서도 반지하를 찾아볼 수 있는데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방공호나 지하주차장을 개조해 주거시설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중국의 반지하는 화장실과 주방이 개별 설치되어 있지 않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는데요. 방세가 싸다 보니 빈민층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하죠.

이 같은 많은 단점들 때문에 반지하는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며 최근 반지하 방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요.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선 전국 3.0%를 차지하던 반지하 가구가 2015년에는 1.9%로 감소했죠. 반지하를 기피하는 인식 외에도 공급이 줄어든 것도 큰 이유인데요.

2000년대 초반 지하층 의무 설치 규정이 폐지되고 주차공간 확보 규제가 강화되며 현재는 필로티 구조로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건물들이 늘어났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서민들의 주거공간이 돼주었던 반지하이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사라져야 할 주거 형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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