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17, 2024

“18만원짜리가 9만원 됐다”…콧대 높던 오마카세의 추락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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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요즘인데요.

얇아진 지갑 사정에 선뜻 외식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하죠.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높아진 금리와 물가 때문에 국민 분식인 김밥 한 줄에 라면 한 그릇이 이미 만 원이 된지 오래라고 합니다.

일단 집 밖으로 나갔다하면 하루에 십만 원대 소비는 기본인 요즘 시대인데요. 가면 갈수록 높아지는 물가에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식 시장 또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요. 최근 한 고급 오마카세 식당의 메뉴 가격을 반이나 깎아도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는 소식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마카세는 셰프에게 메뉴의 선택을 맡긴다는 뜻인데요. 쉽게 얘기하면 그날 셰프가 추천하고 직접 만든 음식을 맛보는 것이죠.

셰프의 세심한 선택과 요리 실력을 느낄 수 있어 ‘오마카세’는 요식업의 명품이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때문에 같은 재료라도 어느 식당인지, 어떤 셰프인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라고 하죠.

20대 후반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식당 예약 플랫폼을 열었다가 뜻밖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유명 스시야에서 주말 디너 코스를 절반 가격에 선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두 달 치 예약이 밀려있어 포기했는데 지금은 당장 다음 주 식사도 예약할 수 있어 놀랐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30대 초반 직장인 오모씨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가보고 싶었던 파인 다이닝이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에 폐업 공지를 남긴 것이었죠.

그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방문하려 했는데 폐업 소식을 접해 아쉬웠다’라고 토로했는데요.

이어 ‘나중에 가보려고 지도 앱에 저장해 둔 식당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외식 시장이 소비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인데요. 팬데믹 기간 동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시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 등이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식업계는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라고 하는데요.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 사이에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 소재 일반음식점 중 올해 10월까지 577곳의 일식당이 폐업했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중식당은 407곳, 카페 158곳보다 더 많은 숫자라고 하죠.

서울에는 스시야 10곳 이상을 운영하며 유명세를 치렀던 ‘리윤’은 올들어 시라키, 스시이토, 스시료센 등이 문을 닫았습니다.

국내 스시 오마카세 원조 격인 ‘스시효’는 11월 잠원점과 12월 무역센터점을 차례로 폐점할 예정이라고 하죠.

한때 예약을 가려 받을 정도로 콧대가 높았던 스시야였지만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가격 인하에 나서는 곳들도 있었는데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스시야는 하반기부터 ‘디너 오마카세’ 가격을 18만 원에서 9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서래 마을의 또 따른 스시 오마카세 전문점도 ‘캐치 테이블’ 앱을 통해 10~30% 상시 할인된 가격으로 코스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 ‘콜키지 프리’를 내건 스시야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마진율이 높은 주류 판매를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까지 손님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파인 다이닝, 오마카세 등이 유행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던 가게들이 한차례 정리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며 국내 소비가 폭발하던 시절 ‘파인 다이닝, 오마카세가 돈이 된다’라는 소식에 식당이 늘어난 것이죠.

당시 호텔업계에서는 ‘웬만한 소믈리에는 파인 다이닝에서 모두 채용하는 바람에 소믈리에를 구하기가 힘들다’라는 말이 돌기도 했습니다.

국제 정세에 따른 경기 둔화와 고금리 기조,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의 여파를 그대로 맞은 뒤에는 상황이 달라졌는데요.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데다가 스시 오마카세는 ‘일본 여행’이라는 강력한 대체재까지 생겨나버렸죠. 엔저 영향으로 일본 여행객들이 늘어나 현지에서 오마카세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났습니다.

통계청과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연령별 월평균 식료품비 지출액에 따르면 지난 2분기 20대 이하의 지출액은 50만 243원으로 나타났는데요.

전년 동기 대비 4.2%나 줄었습니다. 30대 또한 같은 기간 지출액이 10% 감소하면서 물가 상승 속에 소비 자체를 줄였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논현동에서 10년 이상 파인 다이닝을 운영해온 한 오너 셰프가 현재 상황에 대해 털어놨는데요.

그는 ‘파인 다이닝을 운영하려면 좋은 식재료를 공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식기류까지 최고급으로 세팅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재료 가격마저 급등해 음식만 팔아서는 타산을 맞추기가 힘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너 셰프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소비자 입장에선 오마카세를 반값에 즐길 수 있다는 게 반갑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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